서울서부지검장 “한화 행위는 중대한 범죄”

  • 동아일보

일부 언론 부실수사 보도 반박

남기춘 지검장
남기춘 지검장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사법시험 25회)이 8일 이번 수사를 ‘부실 수사’ ‘무능 수사’라고 비판한 일부 언론 보도에 강하게 반박하는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인 ‘e-프로스’ 게시판에 올렸다.

남 지검장은 이날 오전 A4용지 5장 분량의 ‘언론기사에 대한 소회’란 제목의 글에서 “검찰은 수사공보준칙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수사 상황을) 설명한 반면 한화그룹은 수시로 자신들의 주장을 홍보하며 방어권을 철저히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언론은 피의자 주장의 진위를 검증하지 않은 채 앵무새처럼 한화의 현란한 용어를 기사에 옮겨 적었다”며 “(언론이) 치열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무능한 것이거나 ‘살아있는 재벌’과의 안일한 동거관계로 오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화에서는 무분별한, 무차별적, 싹쓸이식 (수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압수수색은 한화증권을 제외하고는 ‘위장계열사’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그룹 경영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또 “검찰 수사 결과 천문학적인 액수의 차명재산이 발견됐고, 위장계열사의 부실채무 3500억 원을 한화 계열사가 변제하고 조세포탈과 주가조작을 한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이런 수사 결과의 내용을 전혀 모른 채 ‘부실 수사’라고 규정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보다 ‘살아있는 재벌’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려운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기사보다 ‘살아있는 재벌’에 대한 비판기사가 더 어려운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남 지검장은 조선일보가 7일자 ‘한화·태광그룹 수사에서 드러난 검찰의 무능’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번 한화그룹 수사를 “실력 미달 검찰” 등의 표현으로 비판하자 이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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