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이상득 의원에 로비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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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의원측 “임병석회장이 2008년 거액 든 굴비상자 주려해 호통”… 회동 주선자 “진짜 굴비”

임병석 C&그룹 회장이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된 2008년 가을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자 여권 실세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 구명(救命) 로비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추석 직전인 2008년 9월경 서울 여의도의 L호텔 양식당에서 이 전 부의장을 만났다. 이 자리는 당초 한나라당 당직자였던 A 씨가 이 전 부의장을 만나는 자리였으나 A 씨가 임 회장에게 이 전 부의장을 만난다고 귀띔을 해줘서 임 회장이 사전 약속 없이 찾아왔다. A 씨는 민주당 당직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07년 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으로 옮겼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의장에게 보따리로 포장한 굴비상자를 건넸으며 이 전 부의장은 임 회장과 A 씨에게 크게 화를 낸 뒤 이를 돌려줬다. 임 회장이 이 전 부의장을 만난 시점은 C&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조선·건설경기 침체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때였고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의장에게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니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의장 측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A 씨가 이 전 부의장 면담을 신청해 약속장소에 갔더니 A 씨와 함께 임 회장이 먼저 와 있었다”며 “일면식도 없는 임 회장이 보따리를 건네려고 해 이 전 부의장이 크게 화를 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상자를 풀어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돈이 들어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통화에서 “임 회장에게 이 전 부의장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려줬더니 약속장소에 찾아와 이 전 부의장과 동석하게 됐다”며 “임 회장이 이 전 부의장에게 건네려 했던 상자 안에는 돈이 아니라 진짜로 굴비가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자리에서 이 전 부의장이 ‘나도 기업인 출신이지만 내가 지금 기업인을 만날 때가 아니다’라면서 호통을 쳤고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돌려줬다”며 “임 회장이 내 몫의 굴비상자도 가져왔는데, 그 바람에 내가 그것까지 두 상자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한편 C&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임 회장이 이 전 부의장을 만났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현재까지 수사대상에 올라있지 않았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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