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숭의운동장 개발 ‘대형마트 입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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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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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재래시장 상권 보호냐… 시민 혈세 보호냐…

최근 숭의운동장 내 대형 할인마트 입점을 놓고 구청과 개발사업자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축구전용경기장은 현재 44%의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8월 완공될 예정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최근 숭의운동장 내 대형 할인마트 입점을 놓고 구청과 개발사업자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축구전용경기장은 현재 44%의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8월 완공될 예정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옛 도심 재생사업인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이 ‘대형마트 입점’을 둘러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선거 때 재래시장 활성화를 약속한 기초자치단체장이 행정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개발사업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은 낡은 숭의운동장을 철거해 2만 석 규모의 축구전용경기장과 750채의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 대형마트는 무조건 ‘안돼’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에이파크개발은 요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남구를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 최근 남구에 제출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서류에 대해 구가 ‘대형마트로 인한 주변 상권 피해 저감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뒤 서류를 반려했기 때문.

에이파크개발은 인천시 건축심의에 앞서 구에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서류 반려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 것. 에이파크개발은 옛 숭의운동장에 축구전용경기장을 건설해 인천시에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운동장 주변 용지에 주상 복합 건물 4개동을 짓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내년 3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데 11월까지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에이파크 개발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박우섭 남구청장과 조택상 동구청장은 주변 재래시장에 미칠 피해를 우려해 대형마트 입점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8월 16일 신동근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만나 대형마트 입점계획 백지화를 건의했다. 구청장들은 “숭의축구장을 중심으로 반경 1.5km 지역에는 남구 용현시장. 토지금고시장, 동구 현대시장, 송현시장, 중구 신흥시장 등 5개 재래시장에 993개 점포가 있어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지역상권에 피해를 준다”고 밝혔다.

○ 입장 곤란한 인천시

새 숭의축구장 준공 이후 소유권을 넘겨받는 인천시는 축구장 유지 관리를 위해선 매년 수억 원의 임차료를 내는 대형마트 입점이 내심 절실하다. 축구경기장의 연간 관리운영비는 10억50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건립한 문학경기장의 경우 주변 상인들의 반대로 대형마트 유치가 무산되면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억∼26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셈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9월 3일 민주노동당 인천시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숭의운동장에 대형마트가 입점하면 영세 상권이 침체될 수 있다는 민노당의 지적에 대해 “안타깝지만 이제 와서 중단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형마트와 임대계약을 하는 대신 미리 400억 원의 건설비를 투자받아 공사비용으로 썼기 때문에 이제 와서 무효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천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지방선거 때 재래시장 상권을 살리겠다고 약속한 구청장들이 최대한 노력을 했다는 명분 쌓기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형마트가 입점하지 않으면 시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실정을 잘 알고 있어 무조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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