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체포된 마약운반女 “난 삼성가 3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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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병철회장 외손녀 주장은 거짓”
“상속녀 언급 문건도 위조… 한때 삼성TV 사업 브로커”

미국인 리제트 리 씨(29·사진)가 자신이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외손녀라고 주장한 데 대해 삼성이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이인용 부사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언론에서 리 씨가 이 회장의 외손녀라는 증거 자료로 제시한 삼성전자 북미법인의 공문이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전날 SBS가 미국 연방검찰을 통해 입수했다며 보도한 문건에 따르면 6월 30일 로스앤젤레스 근처 밴나이스 공항에서 열리는 최고급 발광다이오드(LED) 3D TV 판촉행사에 삼성가를 대표해 상속녀인 리 씨가 참석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 문건이 데이비드 스틸 북미 총괄 홍보기획팀장(전무)이 실제로 작성해 밴나이스 공항에 보낸 문서를 위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증거로 △공문서에는 어울리지 않는 가족 이력을 표기했고 △스틸 전무의 사인을 위조한 것이 명백하며 △스틸 전무의 e메일 주소가 다르고 △정통 영어를 구사하는 영국인인 스틸 전무가 썼을 리 없는,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The owner’s of Samsung)가 쓰여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에 따르면 리 씨는 올해 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활용될 TV 제품을 삼성전자 북미법인이 제공하는 사업과 관련해 브로커 역을 맡은 적이 있다. 그 행사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던 덕분에 리 씨는 밴나이스 공항 행사에도 관여할 수 있었으며 스틸 전무가 보낸 문건도 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리 씨는 밴나이스 공항 행사가 열리기 전인 6월 14일 개인 전세기를 이용해 오하이오로 여행가방 13개에 100kg에 이르는 대마초를 운반하다 체포돼 수감돼 있으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고 이병철 창업주의 외손녀라고 주장했다. 리 씨의 이모인 진 리 씨도 26일(현지 시간)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지방법원에서 “리제트 리의 어머니 코린 리가 고 이병철 창업주의 딸”이라고 말했다고 콜럼버스 시에서 발행되는 신문인 ‘콜럼버스 디스패치’는 전했다.

이 부사장은 리 씨가 삼성의 상속녀라는 주장은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일 리 씨의 가족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삼성 쪽에 ‘리제트 리의 어머니 코린 리가 고 이병철 회장의 딸임을 확인해 줄 수 있겠는가’라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며 “스스로 가족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면 왜 이런 메일을 보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 측은 마약사범으로 체포된 리 씨가 신분을 보장받기 위해 상속녀라는 주장을 하고 문서도 사전에 위조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성은 이 사건과 관련해 법률적 대응을 할지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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