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 순천시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 폐교위기 딛고 본교 승격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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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협력 가르치자 학생들이 왔네요”

27일 아침 전남 순천시 별량면 구기리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 통학버스 3대에서 초등학생들이 무리지어 내렸다. 이들은 순천시에서 16km 떨어진 송산분교까지 버스로 통학한다. 송산분교 전교생 121명 가운데 104명은 순천 도심에 살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 통학을 위해 돈을 모아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송산분교는 원래 독립 본교였지만 2000년 학생이 49명으로 줄어 분교가 됐다. 지속적인 학생 감소로 2007년에는 전교생이 11명으로 줄었다. 이에 교사들은 “폐교위기에 있는 학교를 살리자”며 머리를 맞댔다. 교사들은 “학생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자율과 모두 함께 살아가는 협력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수업은 학생들끼리 모여 공부하고 3, 4일 동안 적성에 따라 공예품을 제작하거나 음악 미술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이색 교육이 운영됐다. 또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 탐구를 하기도 했다. 수업시간은 교시당 80분에 쉬는 시간은 30분으로 학생들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학부모들도 매달 모임을 갖고 학교 현안을 논의했다.

송산분교의 특색 있는 교육이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져 전학생이 계속 늘었다. 2013년까지 자녀들을 송산분교에 입학시키겠다는 학부모가 50여 명에 이를 정도다. 송산분교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현진 교사(38·여)는 “체험활동을 많이 해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밝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학부모의 관심이 가장 든든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하지만 분교인 탓에 특별실이나 급식실이 없는 등 시설이 열악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전남지역은 1982년부터 737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396개 학교는 본교에서 분교로 규모가 축소됐다. 전남도교육청은 최근 송산분교를 10여 년 만에 다시 본교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전남도립학교 설치 조례안을 공고했다. 전남지역에서 학생이 늘어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되는 곳은 송산분교가 유일하다. 김용신 전남도교육청 행정담당은 “조례안이 통과해 내년에 송산초교가 되면 특별실이나 급식실 등을 증축하고 낡은 시설을 개보수할 수 있도록 예산 11억76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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