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브리지 대신 경희대 입학한 영국인 탐험가

동아닷컴 입력 2010-09-30 21:20수정 2010-10-0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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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입학한 영국인 제임스 후퍼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9살 때에는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다. 1년 뒤에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 반 바퀴를 396일 만에 돌았다. 그리고 올 9월 한국에서 세 번째 '모험'이자 도전을 시작했다.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후퍼 씨(23)가 영국 명문 캠브리지대를 마다하고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해 화제다.

3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교정에서 만난 후퍼 씨는 환하게 웃으며 아직은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금이 그 어떤 모험들보다 더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후퍼 씨는 2006년 19살 때 영국인 최연소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이듬해에는 스키와 개썰매, 요트, 자전거 등을 이용해 북극에서 남극까지의 여정에 성공했다. 그린란드에서 시작해 미국과 멕시코, 남미 10여 개국을 거쳐 남극에 도착한 것. 4만2000㎞의 대장정을 마쳤을 때 나이는 21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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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을 하는 동안 그는 둘도 없는 11년 지기이자 형제와도 같았던 롭 건틀렛 씨와 함께 했다. 후퍼 씨는 지난해 1월 건틀렛 씨가 프랑스령 알프스에서 등반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더 이상 친구와 함께 새로운 모험을 해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지난해 9월 영국의 한 소셜네트워크(SNS) 회사에 입사했지만 발전과 도전이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기후변화와 지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후퍼 씨는 지리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고 영국 캠브리지대와 맨체스터대 등에 지원했다. 캠브리지대에서 합격을 통지했지만 후퍼 씨는 권위적이고 학술적인 학교 분위기가 도전과 모험으로 이어져 온 자신의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평소 아시아 지역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한국 여자와 결혼한 그의 친구로부터 한국 얘기를 전해들은 것이 계기가 돼 한국행을 결심했다.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대학들에도 입학을 타진하는 e메일을 보냈다. 영국 왕립 지리학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지인을 통해 한국지리학회 쪽에도 연락을 했다. 그러던 중 공우석 경희대 이과대학장이 e메일 답장을 보내면서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경희대는 1일부터 지리학과 신입생이 된 그를 위해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기숙사와 생활비도 지원하고 있다.

후퍼 씨는 "모두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두렵다는 이유로 주저하면 절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4년이 제게는 또 다른 모험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아직 졸업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그는 러시아와 몽골로 사이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정(情)'에 푹 빠졌다는 후퍼 씨는 "항상 도전하는 삶을 사는 저를 보고서 누군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된다면 그게 제 가장 큰 행복"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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