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토박이부부, 마포구와 민관 합동 ‘가이드북’ 펴내

동아일보 입력 2010-09-29 03:00수정 2010-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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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동네 백과사전 낸 기분”
‘홍대 앞 속속들이 즐기기’를 만든 장성환 씨(왼쪽)와 정지연 씨가 책을 쌓아놓고 포즈를 취했다. 이들이 함께 일하는 공간에는 직접 만든 대형 홍대 앞 지도가 걸려 있다. 마포구는 각각 23년, 14년째 홍대 앞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가이드북 제작을 맡겼다. 사진 제공 마포구
“홍대 앞을 소개하는 책을 만드는 건 어떨까?”

“구청이 만들었다고 하면 다들 딱딱하게 생각할 텐데….”

‘홍대 앞 속속들이 즐기기’가 세상에 나오기 몇 달 전 마포구청 직원들의 회의는 대충 이랬다. 구는 올해 초 마포구의 ‘대표 상품’ 격인 서교동, 상수동 등 홍익대 앞을 소개하는 무료 ‘가이드북’을 만들기로 했다. 카페와 음식점, 행사 등 이른바 ‘홍대 앞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가이드북의 목표였다. 하지만 ‘구청이 발간한 책’ 이미지는 최대한 지우고 싶었다. 그러던 중 구청 직원들보다 홍대 앞을 더 잘 아는 주민들을 참여시키자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홍대 앞 거주 23년 경력의 일러스트레이터 장성환 씨(46)와 잡지 기자 출신의 14년차 ‘홍대 마니아’ 정지연 씨(39)가 구원 투수로 나섰다. 부부이기도 한 두 사람은 3개월간 직접 동네 곳곳을 뛰어다니며 취재하고 편집까지 했다.

○ 토박이 부부가 만든 동네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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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마포구 서교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들은 “작은 동네 백과사전을 만든 기분”이라고 말했다. “관광 가이드북이 아니라 하나의 ‘인문학 정보’를 만들고 싶었어요. 동네가 어떻게 확장이 됐고 무엇이 변했는지를 보여주려 했죠. 그래서 이 책이 나오고 동네 복덕방 아저씨들이 책 좀 달라고 찾아옵니다.”(장 씨)

동네 문화 가이드북을 ‘민관 합동’으로 만든 것은 이례적인 일. 마포구는 1900만 원의 예산으로 1차 5000부 가이드북을 만드는데 ‘마포구청’ 이름도 앞세우지 않으려 했다. 일러스트레이트와 편집을 맡은 장 씨는 가이드북을 만화책과 잡지를 섞은 듯한 느낌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홍대 앞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비롯해 ‘상상마당’ 같은 대안문화공간, 북카페와 디저트 카페 등 ‘카페’, 클럽 문화, 맛집, 관광명소 등 6개 주제로 130곳을 선정했다. 취재 기간이 여름인 만큼 이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소나기를 맞아가며 취재했다. 대부분 홍대 앞 가게들이 오전에 문을 열지 않아 낮부터 저녁까지 10곳 이상 몰아서 방문했다.

○ 가이드북을 만들며 다시 돌아본 동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마포구 관계자는 “홍대 앞 관광안내소에 놓아둔 책이 순식간에 없어지고 있다”며 “비치 장소를 늘리고 구청 홈페이지에 전자책 형태로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홍대 앞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홍대 앞 문화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카페 체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상업화되면서 작은 작업실과 문화 공간들이 홍대 앞을 떠나 땅값이 비교적 싼 옆 동네로 이사하고 있는 것. 정 씨는 “홍대 앞이 ‘사막화’가 된 느낌”이라며 “취재 중 만난 사람들은 ‘10년 안에 이 동네에 미래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며 가슴 아파 했다. 그러자 남편 장 씨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홍대 앞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동네잖아요. 한여름에 털모자 써도 ‘쟤는 스타일이 저렇다’며 다 이해해줄 유일한 동네가 이곳 아닌가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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