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rative Report]교사 신분으로 학원 입시특강 파문→ 교육컨설팅 대표 변신 ‘대치동 오선생’ 만나보니

최예나 기자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20-03-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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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하는 학부모만 5000명…1년 100만원 내면 학원소개-원서 첨삭까지
그는 ‘입시교 교주’ 같았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갓 꾸민 듯한 사무실은 20평 정도로 보였다. ‘OOO’, ‘△△△’, ‘×××’….
책상, 컴퓨터, 시계, 칠판, 복합기 등 비품 모서리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가 눈에 띄었다. 물품을 기증해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의 이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엄마는 사무실 권리금을 깎아줬고, 다른 엄마는 돈 벌면 갚으라며 임대보증금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사무실을 차리는 데 든 돈은 ‘OO교육컨설팅’이라는 로고 비용 정도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대치동 엄마가 ‘헐값’에 내줬다. “엄마랑 이야기해 보면 아이에게 토익이 필요한지, 경시대회와 봉사활동은 어떤 게 좋을지 다 보이죠. 내가 판단해 줘요. 입학사정관제는 어릴 때부터 관리할수록 좋아요. 아이 교육에 관한 한 어떤 엄마도 내 앞에서 고개를 못 들걸요.” 》
○ 엄마들의, 엄마들에 의한, 엄마들을 위한

‘대치동 오 선생의 OO교육컨설팅 대표 오××’. 지난달 20일 만난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 지난해 신문과 방송을 장식한 ‘대치동 오 선생(50)’이었다. ‘오××’라는 본명이 오히려 낯설었다.

“작년에는 34명을 데리고 국제중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큰소리 빵빵 쳤어요. 전원 싹 다 합격시켜 버리겠다고. 33명이 붙었어요.” 지난해 9월 지상파 뉴스를 탄 ‘대치동 오 선생’의 어학원 강연 장면은 그를 일약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선 5년 전부터 유명인사였지만….

그는 현직 고교 교사 신분이었다. ‘강남 일대 학원에서 특목고 입시 특강을 하며 서류 교정에 50만 원, 개인상담 및 컨설팅 비용으로 한 번에 2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감사원 조사가 시작됐다. 그는 학교를 관뒀다. 모교이자 20년간 교편을 잡았던 곳이었다. 그리고 7월 대치동 한복판에 교육컨설팅 사무실을 차렸다. ‘대치동 오 선생’의 이름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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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될 건 없었다. 엄마들이 있었다. 그는 엄마들이 이루고 싶은 미래를 갖고 있었다. 12년 전 노원구 중계동 40평짜리 집을 팔았다. 대치동의 30평 전세금이 안 됐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인 큰딸을 제대로 키우려면 어쩔 수 없었다. 이사를 하자마자 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대치동 일대 학원 광고지를 모았다. 학교를 마치면 바로 그곳들을 찾아다니며 특징을 정리했다. 그렇게 6개월간 300여 곳을 돌았다. 그때는 오로지 큰딸을 좋은 학원에 보내기 위해 정보를 사냥하는 ‘대치동 아빠’였다. 결국 큰딸은 민족사관고를 거쳐 올해 9월 미국 컬럼비아대에 입학했다. 그런 발로 뛴 경험에서 나온 컨설팅은 엄마들을 더 열광하게 했다.

컨설팅 비용은 학생 한 명당 1년에 100만 원. 분야는 다양하다. 국제중 및 자사고 입시 컨설팅, 특목고 선택 및 입학원서 첨삭, 팀 수업 결성 및 교사 파견 컨설팅, 유학 컨설팅, 취학 전 아동 및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로드맵 작성, 각종 경시대회 준비, 토플 고득점 전략 클리닉, 학생 및 학부모 그룹 강연, 학원 개원 및 이전 컨설팅…. 특목고나 대학 입시 상담 뒤 학생에게 적합한 학원과 과외 강사를 연결해주는 것이 주된 일이다. 입학사정관제를 위한 경시대회 준비용 강사도 소개해준다.

○ 처음부터 ‘오 선생’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만나 관리하는 엄마만 5000명. 문득 궁금해졌다. 학교에 있을 땐 어떤 교사였을까. 그가 근무했던 학교를 찾았다. 1991년 체육교사로 임용된 오 선생은 2003년 체육과목이 축소되면서 사회를 부전공했다.

“뉴스에 ‘대치동 오 선생’이라고 나왔을 때 그 사람인지 아무도 몰랐어요. 학교에서는 조용했거든요. 진로 담당 업무도 맡은 적 없어요.”(A 교사)

처음부터 컨설팅의 달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A 교사는 말을 이었다. “학교에 적응을 못했는데 먹고살 길을 찾은 거니 좋게 말하면 잘된 거죠. 2003년 교감이 됐어요. 하지만 동료 교사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하루 만에 교감에서 내려왔죠. 이후 수업에 늦게 들어가기도 하고 끝나면 바로 퇴근하곤 했어요.”

졸업생 B 씨도 “애들한테 평판도 안 좋았고, 엄마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런 일(컨설팅)을 하다니…. 사람은 겉만 봐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선생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사장의 신임을 받아 교감에 취임했다.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마음에 드셨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교감에 오르다 보니 사연이 많았지만 사임했다. 당시에는 안타까웠지만, 계속 했다면 두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출세도 버렸다”고 썼다.

감사원 조사 때도 그는 “딸을 지도하다 쌓인 노하우를 학부모들에게 이야기해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됐던 강사료나 컨설팅 비용을 받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감사원이 학교에 요구한 처분도 경징계였다.

그런데도 그는 사표를 냈다. 그는 “4, 5년 전부터 학부모가 너무 많이 찾아와 감당이 안 돼 (학교는) 사직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 엄마들에게 “저만 믿으세요”

오 선생의 명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영훈 엄마’라고 했다.

“중2 아들이 과학고를 가고 싶어 하는데 발명품 대회도 안 나가봐서요. 도와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어머님. 애들이 무슨 재주로 발명품을 만들겠습니까. 과학 선생 붙여서 두세 번 만나면 다 입상하게 합니다.”

“그래도 그게 되나요? 우리 애는 과학에 관심만 있지 한 번도 뒷받침을 못해 줘서요.”

“갓 대학을 졸업한 과학도나 과학자 출신들이라 발명품 만드는 데는 전문가예요. 작년에도 전국 단위 과학대회에서 한 명 빼고 7명이 수상했어요. 선생이 (발명품 제작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재작년에 출품한 작품을 그대로 내서 한 학생만 탈락했어요. 그게 제 딸이에요. 하하하. 일단 상담 받으러 오시죠.”

일주일 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뜻밖에도 그는 쉽게 수락했다. “지난해에는 감사원 조사도 받고 언론에도 시달렸지만 이제는 당당하니까요.”

컨설팅 대표가 된 그는 이제 현직 교사들을 비판했다. “매스컴과 감사원은 저를 사교육의 뿌리로 봤지만 학교 교사들이 잘하면 엄마들이 오겠어요?” 그는 되물었다. “교사 중에 국제중, 특목고, 대학 입시 잘 아는 사람 있나요? 원서랑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면 될지 하나도 모르잖아요. 교사들은 노력을 안 해요. 철밥통이에요. 하지만 난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입시 분석하고 노력하죠. 나는 자신 있습니다.”

흥분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를 잘 읽을 줄 알면 학생들이 스펙 쌓겠습니까? 학생의 잠재력과 성격을 읽지 못하니 결국 스펙 좋은 애들만 뽑아요. 사정관들은 멍청해요. 바보예요. 교수 포함해 그 어떤 입학사정관도 내 10%도 못 따라와요.”

순간 ‘내가 정말 영훈 엄마면 아이를 위해 투자해야겠다’ 싶었다. 엄마들을 설득시키는 매력이 분명 있었다.

한 엄마는 “오 선생이 ‘몇 명을 특목고에 보냈다’고 주장해도 입증이 안 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국제중이나 특목고 보내려는 엄마들은 정보가 부족하니 오 선생의 말이 솔깃하다”고 말했다. “오 선생이 말하는 노하우는 사실 이미 공개된 정보들이라 엄마들도 인터넷 찾아보고, 발품만 조금 팔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정보를 엄마들 입맛에 맞게 잘 가공하는 것일 뿐”이라는 사교육업계 종사자의 반론도 있다.

○ 더 치밀해진 그, 피할 수 없는 유혹

지난해 감사원 조사로 톡톡히 치른 유명세가 이젠 홍보수단이 됐다. ‘교육에 관한 그 어떠한 문제도 끌리면 오라. 2009년 KBS, MBC, SBS, YTN 및 각종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입시의 달인 대치동 오 선생. 국제중, 특목고 입시의 미다스 손, 드디어 20여 년 교직생활을 접고 교육 본고장 대치동에 입성하다!’ 컨설팅 사무실을 차리고 처음 선보였던 국제중 입시설명회 광고지의 문구다.

5000명의 엄마를 관리하는 만큼 유명 인사들도 있다. 자녀 교육 상담으로 방송 출연이 잦은 유명 여교수도 상담을 의뢰했다. 아이를 느리게 키우자며 사교육에 부정적인 걸로 유명한 그녀였다. 덕분에 오 선생은 엄마들 사이에서 더 유명해졌다. 한 엄마는 “처음에는 비싸기도 하고 이런 상담까지 받아야 하나 싶었지만 학부모의 마음을 콕콕 짚는다”며 “오 선생이 추천하는 학원에 보내 아이가 전교 60등에서 20등으로 올랐다. 값어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엄마는 “오 선생이 소개해준 강사가 경시대회용 발명품이나 논문을 아예 대신 해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중에 이 애들이 대학갈 때 큰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더욱 치밀해졌다. 기자가 ‘영훈 엄마’로 “컨설팅 비용을 신용카드로 내도 되느냐”고 묻자 수화기 너머 그가 차분히 말했다. “엄포를 놓는 게 아니라 작년 감사원 조사로 어려움이 많았어요. 저한테 돈 준 흔적 있으면 어머님도 불안해 못 살아요. 차명계좌 입금이나 현금으로 받습니다. 5만 원권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대신 저를 믿으세요. 다 해결해 줍니다. 비싼 돈 내는 만큼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 않겠어요. 대치동에서 저를 거치지 않은 엄마는 없습니다. 유명한 사람도 많아 제가 입 열면 위험해질 사람 많거든요. 작년에 저한테 상담한 엄마들이 걸릴까 봐 무서워 벌벌 떨었습니다.”

신화는 비밀스러워야 더 유혹적이다. “오 선생한테 상담 받는다고 말하면 절대 안 됩니다. 다만 오 선생이 신통하다고 생각되면 마음 터놓는 엄마들한테만 소개해 주세요. 전화 기록도 안 남기려고 하고, 모르는 척해 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오 선생이 소개해준 강사가 OO청소년학술대회에 제출하는 중3 학생의 논문제안서를 대신 작성해 줬다’는 제보 때문에 만난 한 대치동 엄마도 기자에게 “오 선생은 만나본 적도 없다”며 발뺌했다. 하지만 오 선생은 “그 엄마가 아들을 임신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다. 오늘 기자가 취재 나왔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오 선생을 안다고 하지 않고, 어떤 강사를 소개받았는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기자와 이야기하는 2시간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문자와 전화로 네댓 번 울렸다. 이날 잡힌 상담이 빼곡한 것은 물론이었다. 사무실을 나서는 데도 한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영훈 엄마’로 전화를 걸었던 기자에게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자식으로 인해 사는 기쁨을 느껴 보셔야죠. 너무 한꺼번에 자세히 알려고 하지는 마시고요. 친해지면 점점 다 알게 될 겁니다. 소문에 걸맞은 사람이니까요. 생후 100일 된 아이 엄마들도 상담 받는걸요. 상담이 오전 9시부터 빼곡해서… 오후 10시도 괜찮으시면 그때 오세요.”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사교육 시장 성장
▲2010년 9월8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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