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진선여고 2학년 최규리 양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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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최고다 ⇒ 200등’, ‘공부해야 인정받는다 ⇒ 2등’ 생각, 성적을 바꾸다
서울 진선여고 2학년 최규리 양은 ‘수업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공부전략으로 전교 200등이던 성적을 전교 2등으로 끌어올렸다.
《경남 거제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자란 최규리 양(17·서울 진선여고 2)은 초등학교 1, 2학년 때까지 수다 떨기를 좋아하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성적도 반에서 15등 정도를 유지했다. 최 양이 공부에 재미를 느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공부 잘하기로 유명했던 학생과 ‘절친’(절친한 친구)이 된 이후다.

“모범생 친구와 하루 내내 붙어 다녔거든요. 수업시간에 친구가 필기를 하면 저도 따라 필기를 하고, 수업을 마치고 친구가 공부를 하면 저도 따라 공부하고….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는 새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성적도 올랐어요.”

최 양은 초등학교 3학년 첫 시험에서 난생 처음 전 과목 100점을 받았다. 성적표를 받아 본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할머니는 손녀가 대견한 마음에 매일 밤 만 점짜리 시험지를 베개 밑에 넣고 잠을 잤다. 학교에서도 단숨에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됐다. “넌 어쩜 그렇게 공부를 잘하니”라며 최 양에게 공부법을 묻는 친구도 더러 생겼다.

‘아, 공부를 잘하니까 행복한 일이 많이 생기는구나.’ 공부는 최 양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됐다.》
○ 전교 200등으로 미끄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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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진학 후 최 양에게 공부보다 재밌는 일이 생겼다. 바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 최 양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대부분이 다른 중학교로 배정된 탓에 입학 첫날 반에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며 “공부보단 친구를 사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최 양은 쉬는 시간뿐 아니라 수업시간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곧장 분식집으로 향해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했다.

자연스레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는 일이 잦아졌다. 공부에도 소홀해졌다. 중1 1학기 첫 중간고사 성적은 전교생 444명 중 200등. 엄마는 최 양을 꾸짖지 않았다. 오히려 노트와 학용품을 사다주시며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야 모두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된단다. 엄마, 아빠는 우리 규리가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최 양은 ‘반성’은커녕 혼나지 않았단 사실에 ‘안심’했다.

최 양이 엄마 말씀의 ‘참뜻’을 알게 된 건 중2가 되어서였다. 주위에 외국어고 진학을 목표로 ‘열공’(열심히 공부하다)하는 친구가 늘어났다.

“중1 때와는 학급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어요.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이 반 1등 주위에 모여 공부 얘기밖에 하지 않더라고요. ‘모두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그때 이해됐죠.”

○ 수업에 집중하라

다시 한 번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되기로 결심한 최 양. 그가 생각한 공부전략은 단 하나, ‘수업시간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우선 교실 맨 뒤 구석자리에서 2분단 두 번째 줄 왼쪽자리로 옮겨 앉았다. 매 수업시간 선생님의 질문에 가장 먼저 손을 들고 가장 크게 답했다. 필기를 할 때도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내용은 빨간색 펜을, 그보다 덜 중요한 내용은 파란색 펜을 사용했다. 검정색 펜과 초록색 펜은 단순한 개념설명을 정리하거나 선생님이 한 농담을 일일이 받아적는 데 썼다. 급식실로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영어단어장을 챙겨갔다. 최적의 공부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방에 학교도서관에 있는 것과 똑같은 책상을 사놓았다. 다른 친구들이 “넌 하루 종일 공부만 하냐”고 말할 때마다 최 양은 즐거웠다. 자신의 노력이 점점 인정받고 있단 생각에서였다.

○ 전교 2등으로 수직상승하다

최 양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중2 2학기 중간고사 때 성적이 전교 30등으로 ‘급상승’하더니 중3 1학기 기말고사에선 전교 2등을 차지했다.

공부에 푹 빠진 최 양에게 엄마는 서울로 전학을 권유했다. 다양한 끼를 가진 많은 아이와 경쟁하는 게 최 양의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걱정이 많이 됐어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지진 않을까.’ 하지만 이런 두려움 때문에 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어요.”

최 양은 중3 2학기 때 서울 진선여중으로 전학한 후 다시 진선여고에 진학했다. 최 양은 자신의 공부전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바로 친구들과 도움을 주고받는 것. 고1 1학기 때 취약과목인 영어를 보완하기 위해 친구 4명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수업이 끝난 뒤 매일 오후 7시까지, 늦게는 오후 9시까지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 남아 영어교과서를 달달 외웠다.

수업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고1 2학기 때 있었던 참관수업에선 학급 학생대표를 자청해 ‘광해군의 중립외교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이를 주제로 한 역할극까지 준비했다.

“한 친구가 어느 날 ‘규리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좋아졌다’라고 하는 거예요.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죠. 사실 ‘타지에서 온 학생이 수업시간마다 질문하고 발표하는 모습이 혹시 주위 친구들에게 밉상으로 보이진 않았을까’ 걱정되기도 했거든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다 보니 성적도 좋았다. 고1 1, 2학기 중간·기말고사에서 전교 20등 안팎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고2가 된 올해 3월 서울시교육청이 시행한 ‘2010년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선 전교 2등을 했다.

“저는 인복(人福)이 참 많은 사람 같아요.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친구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해준 부모님, 또 낯선 곳에서 온 저를 친절하게 대해준 친구들까지…. 대학에 가면 가난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해서 꼭 제가 받았던 도움의 빚을 갚을 거예요.”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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