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서 약초먹고 자란 ‘청정 한우’

동아일보 입력 2010-09-12 23:27수정 2010-09-1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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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아, 오늘도 잘 먹었냐?"

9일 오후 울릉도 울릉읍 산자락의 부여농장. 김득겸 농장주는 조용히 풀을 씹고 있는 소들의 등을 툭툭 치며 다독였다. 인근 야산에서 막 베어온 약초를 먹이로 넣어주는 그의 목소리에는 정이 한껏 담겨있었다.

한 눈에도 소의 모양새가 생소했다. 늘 보던 누렁이 한우가 아니다. 어두운 갈색 등판에 검은색 세로 줄무늬가 섞여있었다. 호랑이 무늬를 닮았다고 옛 문헌에 호반우(虎斑牛)로 기록된 바로 그 소, 칡소다.

●정지용의 시에 나오는 ‘얼룩백이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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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소는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는 우리 고유의 한우 품종이다. 한국 전통 한우 품종은 누렁이(황우)와 칡소, 제주도 검정소(제주 흑우), 그리고 검정소(흑우)의 4가지 품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황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흔하지 않은 품종이 됐다. 일제 감정기에 '일본소는 검정소, 한국소는 누렁소'라는 일본의 축산 정책 때문에 누렁이를 제외한 나머지 품종은 대부분 도축됐기 때문이다.

칡소는 정지용의 시 '향수'로도 유명하다.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고향의 '얼룩백이 황소'가 칡소다. 칡소는 박목월의 동요 '얼룩 송아지'에도, 이중섭의 그림 '황소'에도 등장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와 학계가 함께 벌인 활발한 복원사업으로 칡소 사육 두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국에 자라고 있는 칡소는 1000마리 안팎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400여 마리가 울릉도에 있다. 울등도 이외에는 충북과 경북 지역에서 많이 사육되고 있다.

●오징어잡이 대신 칡소 사육

울릉도에서 칡소 사육이 본격화한 것은 2006년부터다. 울릉도 전통 산업인 오징어잡이가 예전만큼 활기를 띄지 못하면서 울릉도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울릉군은 학계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칡소 복원과 사육에 들어갔다. 바다 한 가운데 청정지역에서 자란 한우라면 먹을거리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울릉군 농업기술센터가 중심이 돼 외부에서 종우(種牛)를 들여와 번식시키는 한편, 축산 농가에도 송아지를 분양해 '고기 소'로 키워나갔다. 울릉군 농업기술센터 이경태 계장은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한 칡소 사육과 번식용으로 사용하는 칡소 사육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복원 초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현재 울릉도에서는 농가 30가구 정도가 칡소를 키우고 있다. 김득겸 농장주는 2007년부터 칡소를 키워왔다. 올해 63세인 김 농장주는 "고향인 충남 부여에서 살던 10대 시절에 칡소를 길러보고는 처음 키워본다"며 "칡소는 보기에는 거칠어보여도 순하고 정이 많은 소"라고 말했다.

누렁이 한우에 비해 더디게 크는 칡소는 시간과 손길이 많이 간다. 누렁이가 28~30개월이 지나면 식용 출하가 가능한데 비해 칡소는 32개월에서 많게는 36개월까지 키워야 도축이 가능하다. 축산 농가의 '경제성' 면에서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울릉도 전통 '약소'의 장점 더해

칡소는 한우보다 가격이 30~50% 정도 비싸지만 '고기맛'은 탁월하다. 보통 칡소같은 흑모(黑毛) 계열의 소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보통 소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융점이 낮아 입에서 잘 녹고 독특한 고소한 풍미가 있다는 것이 울릉도 축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품종 블랙앵거스나 일본품종 와규(和牛)도 흑모 계열이다.

울릉도 칡소의 장점은 품종뿐 아니라 사육 환경에도 있다. 울릉도 소는 예전부터 '약소'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울릉도에 흔한 천호, 독활, 부지갱이, 섬바디 같은 약초를 먹고 자랐다는 뜻이다. 정윤열 울릉군수는 "소에게 일부러 약초를 먹이는 것이 아니라 산에서 베어 소꼴로 흔히 쓰던 풀이 약초"라며 "맑은 공기에 좋은 먹이를 먹고 자랐으니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칡소에 약소의 장점이 더해진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울릉군과 협약을 맺고 울릉도 칡소를 상품화했다. 고대승 롯데백화점 축산CMD(선임상품기획자)는 "사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냉장 설비로 울릉도에서 쇠고기를 반출하는데 들어가는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라면서도 "하지만 품질과 브랜드에서 최고로 도약할 가능성이 커 상품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울 릉도=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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