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포커스]대전 우송대, 국내 첫 4학기제 도입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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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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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졸업 현실로… 취업경쟁력 쑥쑥

대전 우송대 뷰티디자인학과 2학년 연초록 씨(20)는 여름방학 동안 각각 2학점인 ‘네일아트’와 ‘피부관리’를 수강하느라 3주밖에 쉬지 못했다. 그 때문에 두 달 반이나 쉬는 다른 대학 친구들이 부럽긴 했지만 성취감은 높았다. 여름방학 수업 직후 네일아트 2급 자격증을 땄다. 10월 실시될 피부관리 자격증 시험에도 자신이 생겼다. 연 씨는 “방학이 줄어 아쉽긴 하지만 많은 학점을 따면서 3년 반 만에 조기 졸업해 남들보다 일찍 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학기를 시작으로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 4학기제를 도입한 우송대의 변화다.

○ “무한 국제경쟁 맞설 준비됐나?” 자성에서 시작

“한국 대학은 왜 그렇게 방학이 긴가요. 학생들을 받았으면 공부를 좀 많이 시켜야 하지 않나요.”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송대 외국 유학생 간담회에서 쏟아진 유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다. 유학생이 1000여 명으로 전체 학생의 10%를 차지하는 우송대는 이 불만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곧바로 국내외 학제 연구에 나서 1년 만인 올해 5월 ‘4학기제’를 도입했다. 4학기제가 전체 학생(올해 1학년부터는 의무)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이다.

이달영 부총장은 “조사 결과 한국 대학들의 수업일수가 다른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에 비해 연간 4∼6주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학생 유치뿐 아니라 국내 학생들의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도 공부를 좀 더 많이 시켜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4학기제는 연간 기준 봄 가을학기 각각 15주, 여름 겨울학기 각각 6주로 운영된다. 우선 수학기간이 4년에서 3년 반으로 짧아지면서 조기 졸업이 가능해진다. 반면 전체 수업일수는 600일(120주)에서 705일(141주)로 105일(21주)이 늘어난다. 학교 측은 기존 이수학점을 140학점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154학점으로 늘리고 부전공을 의무화했다.

○ 집중 수업, 부전공 의무화, 조기졸업


우송대는 6월 15일∼7월 26일 처음으로 여름학기를 실시했다. 모두 507개의 강좌를 개설한 결과 92%의 등록률과 88% 이상의 출석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여름방학 당시 수강학생은 전체 학생의 10%였다.

상대적으로 짧은 4학기의 여름 겨울학기 동안에는 봄 가을에 운영하기 적당하지 않았던 교과목이나 자격증 취득, 현장실습 등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강좌가 주로 이뤄진다. 우송대는 올해 여름학기 동안 47건의 현장견학 실습, 58건의 외부인사 초청특강, 48건의 다양한 경시대회, 직장 체험 프로그램, 토익강좌 등을 실시했다.

6주 과정의 여름학기를 마치며 여름학기 성적 및 경시대회 수상자 등 우수학생 125명을 선발해 미래 리더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우송 리더스 크로톤빌’을 이수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규수업 이외의 비교과 과정으로 2주간의 합숙형 집중 국내교육과 해외연수로 이루어진다.

○ 학교는 출혈, 학생은 경쟁력

대학 측은 4학기제 도입으로 연간 5억 원 안팎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수학점이나 수업일수가 늘면 전임 교수의 근무시간이 늘고 초빙교수를 더 써야 하는 데다 기숙사와 강의실 등의 시설 운영시간이 늘지만 등록금(조기졸업 기준)은 동일하다.

학생들은 경쟁력이 높아간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크로톤빌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경표 총학생회장은 “지금까지 방학 동안에는 부족한 어학공부나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여름학기에는 자격증 취득, 현장실습, 집중 취업역량강화 교육, 리더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상 교무처장은 “여름학기의 분위기를 몰아 가을학기에 처음으로 오전(8∼9시), 야간(오후 7∼9시), 토요 강좌를 마련했는데 무려 500명이나 신청해 학교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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