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등굣길 전철안에서 ‘강의 듣고 학점 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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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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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신창 통학생 대상
순천향대 올 3과목 개설

30일 오전 8시 13분 서울역을 출발한 전철 내 강의실에서 순천향대 법학과 최한준 교수(마이크를 들고 통로에 선 사람)가 전철 강의 첫 시간 수업으로 ‘재미있는 법정영화 이야기’를 강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순천향대
30일 오전 8시 13분 서울역을 출발한 전철 내 강의실에서 순천향대 법학과 최한준 교수(마이크를 들고 통로에 선 사람)가 전철 강의 첫 시간 수업으로 ‘재미있는 법정영화 이야기’를 강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순천향대
경기 수원시 집에서 충남 아산시 순천향대로 통학하는 2학년 이진실 씨(21·정보통신공학과)는 2학기 공연영상학과 김태현 교수의 ‘길 위의 문학’ 강의를 철길 위에서 수강한다. 수도권 연고 학생이 70%를 넘는 점을 감안해 학교 측이 마련한 ‘전철 강의’ 덕분이다. 이 씨는 “차창 밖의 가을을 만끽하면서 통학시간에 학점을 이수할 수 있어 두 과목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첫 열차(장항선) 강의의 테이프를 끊었던 순천향대가 학교 앞인 아산시 신창면까지 수도권 전철이 연장되자 전철 강의를 이번 학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 대학 손풍삼 총장과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30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친환경 열차 강의실 운영’ 협약을 맺었다. 협약 직후 두 사람은 누리로(1727열차) 전철 강의실에 동승해 신창순천향대역까지 같이 갔다. 강의실에서 손 총장은 수강생 60명을 상대로 ‘녹색성장을 리드하는 열차강의’를, 순천향대 법학과 최한준 교수는 전철강의 정식 과목인 ‘재미있는 법정영화 이야기’를 강의했다.

열차 강의에는 앞의 두 과목을 포함해 교양교육원 김인석 교수의 ‘지구환경과 온난화’ 등 모두 3과목이 개설됐다. 주당 1시간에 1학점씩인 3과목(과목당 정원 60명) 모두 일찌감치 수강신청이 마감됐다. 강의는 통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승차하는 수원역에서 신창순천향대역까지 가는 시간인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를 위해 66석이 정원인 누리로 객차 강의실에는 4개의 19인치 LCD 영상모니터와 4개의 스피커, 빔프로젝터, 무선마이크 등 교육기자재가 설치됐다. 학교 측은 강의 때의 학생 전철요금을 대신 내주기로 했다.

손 총장은 “친환경 열차 강의를 통해 시간활용은 물론 경제적, 환경적 활용 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며 “다음 학기부터는 학점교류 협약을 맺은 천안과 아산의 다른 대학 통학생들에게도 강의를 개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순천향대가 2002∼2008년 장항선 구간(온양온천역∼서울역) 새마을호 열차에 마련한 열차강의에서는 학생 2043명이 45개 강좌를 수강했다.

한편 순천향대는 이번 전철 강의를 계기로 총학생회와 함께 대학 내에서 운행하던 셔틀버스를 2학기부터 대폭 줄이고 승용차가 다니던 일부 도로를 산책길인 ‘올레길’로 지정하는 등 그린 캠퍼스 구축에도 나서기로 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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