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빈집 문 비밀번호 외워 ‘간큰 입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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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女, 주인 몰래 가족과 이사… 두달 버티다 구속

“노숙인들도 데려다 재워줄 수 있는 판에 집을 얻을 때까지만 삽시다.” 인천 계양구의 김모 씨(55) 아파트에 무단 입주한 임모 씨(53·여)는 집을 비워 달라는 주인 김 씨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개월간 무작정 버티기만 했다.

임 씨는 6월 24일 김 씨가 급매물로 내놓은 아파트를 둘러보기 위해 부동산중개인과 함께 집을 보러 갔다. 아파트 경비원이 디지털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누르며 문을 열 때 임 씨는 비밀번호를 기억해 두었다.

임 씨는 일주일 뒤 남편과 딸을 데리고 비어 있던 이 아파트에 이삿짐까지 옮겨와 살기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주변 시세가 4억5000만 원인 중형 아파트. 임 씨는 잠금장치 비밀번호까지 바꿔 주인조차 아파트에 들어올 수 없게 했다. 주인 김 씨가 수차례 “나가라”고 종용했지만 묵살했다. 임 씨 가족들이 2개월가량 막무가내로 살림살이를 하자 김 씨는 하는 수 없이 경찰에 신고했고, 인천지검은 임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임 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마음 내킬 때 나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면서 “자진 퇴거하고 약간의 보상금을 낼 의사만 보였어도 구속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용직 노동자인 임 씨 부부는 검찰에서 “생활형편이 어려워 아파트에 무단 입주했다”고 진술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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