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 측이 18일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고발함에 따라 일반적인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 측이 문제를 삼고 있는 조 내정자의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부분. 노 전 대통령의 유족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를 만들거나 검찰 수사 도중 차명계좌가 발견된 사실이 없는데도 조 내정자가 허위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문제가 된 발언 내용 등이 ‘허위 사실’이라는 점이 우선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검찰은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직전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발견했는지부터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수사기록을 제출받아 검토하면서 차명계좌 발견 여부를 파악할 수도 있고,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대검 중수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런 절차를 진행하면 차명계좌 발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조 내정자의 명예훼손 혐의 유무를 가리는 것인 만큼 차명계좌의 유무를 처음부터 다시 파헤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검찰은 차명계좌 부분 외에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이야기해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조 내정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 관계자를 상대로 진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 조 내정자가 차명계좌 존재 등에 관한 정보를 입수한 경위도 파악해 본 뒤 법리 검토를 거쳐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향후 검찰 수사가 차명계좌 발견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에 국한돼 진행될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17일 이번 파문과 관련해 ‘특검 도입’을 야당에 제안한 점 등에 비춰보면 명예훼손 수사와 별도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보유 여부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창고에 들어갔던 수사기록이 이번 ‘차명계좌’ 파문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될지 주목된다. 다른 한편으로 ‘차명계좌’ 파문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진 상황에서 고소 고발이란 ‘강수’를 둔 유족 측이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고소 고발을 취하하면 차명계좌 존재 여부는 다시 영원히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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