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산골마을 할머니들, 디카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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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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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에 담긴 맑은 심성 ‘잔잔한 감동’

전남 함평 잠월미술관 ‘Hello, 산내리 할매!’전

전남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 할머니들이 잠월미술관이 연 사진교실에 참여해 디지털카메라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제공 잠월미술관
전남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 할머니들이 잠월미술관이 연 사진교실에 참여해 디지털카메라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제공 잠월미술관
“디카(디지털카메라)가 요렇게 신기한 줄 몰랐당께.”

산골마을인 전남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 할머니들이 사진작가로 데뷔한다. 데뷔 무대는 14일부터 9월 10일까지 열리는 ‘Hello, 산내리 할매!’전. 4년 전 이 마을에 둥지를 튼 잠월미술관이 기획한 전시회다. 주인공은 이 마을에 사는 박현구 장복님 정앵순 정기님 윤영숙 김현순 심효덕 할머니 등 7명. 잠월미술관은 현대적 감각의 한국화를 그려온 작가 김광옥 씨(53·광주 월곡중 교사)가 문을 열었다. 미술관 뒷산의 모습이 누에를 닮아 잠월(蠶月)미술관이라고 이름 지었다.

산내리 할머니들이 디카를 손에 쥐게 된 것은 6월. 잠월미술관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가 주관하는 호남지역 미디어교육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사진교실을 열었다.

할머니들은 단순히 영정사진 찍어주는 것인 줄 알았다가 직접 사진을 배우고 찍는다는 것을 알고 강의에 빠짐없이 참석해 디카를 배웠다. 난생처음 카메라를 손에 쥔 할머니들은 신기한 듯 마을 곳곳을 사진에 담았다. 회색빛 담 아래 소담하게 핀 이름 모를 들꽃과 마을 우물에 비친 하늘 사진에는 할머니들의 맑은 심성이 녹아 있다. 집 뒤뜰 장독대 앞에서 찍은 사진은 수십 년 전과 배경은 변한 것이 없지만 사진 속 주인공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주름살이 깊게 파였다. 정앵순 할머니(74)는 “자식들하고 놀러 가면 찍혀만 봤지 한 번도 찍어보지를 못했다”며 “찍은 사진으로 어엿한 전시회까지 열게 될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

할머니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25점. 여기에다 20∼30년 전 과거 앨범에 있는 사진을 다시 찍은 사진 10점과 프로그램 진행과정을 담은 사진도 전시된다. 마을 주민 외에도 프로젝트 그룹 ‘간이스튜디오 K’의 산내리 서랍전과 매주 금요일 미술관에서 상설도예강좌를 진행하면서 산내리와 인연을 맺은 김승용 작가, 김광옥 관장도 전시에 참여한다.

개막행사로 퓨전국악그룹 아이리아의 ‘찾아가는 문화활동-우리 마을 문화잔치’ 공연과 전시 연계프로그램 ‘산내리, 동네 한 바퀴’도 열린다. 061-322-6710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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