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개통 1년… 지하철 9호선은 ‘출퇴근 특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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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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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9호선이 24일 개통 1주년을 맞는다. 9호선에서 3호선과 7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고속터미널역 내부. 사진 제공 메트로9
서울지하철 9호선이 24일 개통 1주년을 맞는다. 9호선에서 3호선과 7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고속터미널역 내부. 사진 제공 메트로9
“강남역 근처에서 보자!”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 시절엔 ‘강남역’ 3음절만 대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1-1에 위치한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서울시내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였다. 연인들에겐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다만 ‘지오다노’ 매장까지 북적대던 인파는 북쪽으로 갈수록 점점 줄어들었다. 역세권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었다. 1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최근 ‘강남역’을 상징하는 구역이 더 넓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 서초구 서초4동 1306-3 교보타워 근처까지. 이 지역은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유동인구 조사’에서 최고로 붐비는 곳으로 뽑혔다. ‘강남역 끝’에서 ‘최고 붐비는 곳’으로 바뀌는 데는 1년 전 생긴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이 한몫을 했다. 이 역의 하루 평균 이용 승객은 5만 명으로 9호선 역 가운데 1위다. 매일 아침 서울 강서구에서 급행열차를 타고 신논현역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부터 친구를 만나러 가는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강서와 강남을 잇는 9호선은 그렇게 개통 1주년을 맞았다. 50일 만에 1000만 승객을 돌파해 현재는 8000만 명을 넘어섰다. 곧 1억 명을 눈앞에 둔 9호선의 1년은 어땠을까.

○ 직장인 살리고 공항 붐비게 해

처음부터 환영받지는 못했다. 지금은 900원이지만 개통 전만 해도 기본요금이 이보다 높게 정해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당시 6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가 교통카드를 인식하는 ‘게이트 태그’에 문제가 생겨 개통이 연기되기도 했다. 일부 교통카드를 사용해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탈 경우 요금이 잘못 부과되는 게 문제였다.

그러나 개통 후 1년간 9호선이 거둔 효과는 상당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용 승객으로 1000만 명 돌파까지 걸린 시간이 50일이었다. 승객이 많아진 이유는 그 어느 노선보다 강서와 강남을 빠르게 잇기 때문이다. 급행열차로 강서에서 강남까지 19분밖에 걸리지 않아 ‘본격 출퇴근용 지하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실제 9호선 이용 승객의 경우 성인 이용률이 82.6%로 청소년과 어린이 이용률 8.67%보다 월등히 높았다.

가장 큰 효과를 얻은 곳은 김포공항이다. 한국항공진흥협회에 따르면 9호선이 생긴 후인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매달 약 7만 명에서 24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선의 경우 9호선이 생긴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여객 실적이 늘어났다. 이 기간 김포공항 국내선 이용자는 961만 명으로 2008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9% 늘었다.

○ 설레는 강서, 스마트 지하철

9호선 개통 직후인 지난해 7월 강서지역 아파트 전세 및 매매 거래량은 개통 전인 6월에 비해 약 64% 증가했다. 강서구 가양동 도시개발9단지의 경우 9호선 개통 후 여의도뿐만 아니라 강남권 진입도 편리해져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난 대표 단지로 꼽힌다.

외적인 효과 못지않게 내부적인 평가도 좋다. 9호선 운영회사인 메트로9 관계자는 “열차 안에서 정차역 안내뿐 아니라 상세한 주변정보를 액정표시장치(LCD) 스크린을 통해 보여 주는 등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스마트 지하철’의 표본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동아일보 영상뉴스 프로그램 ‘뉴스스테이션’도 볼 수 있게 했다. 또 1∼8호선의 경우 한 역에 수십 개 기업의 광고가 들어선 것과 달리 9호선은 역마다 1개 기업의 광고만 넣게 했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한 역에 집중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1년간 많은 효과가 있었지만 해결해야 할 점들도 적지 않다. 승객 수에 비해 운행 차량이 부족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서울시 교통본부 홈페이지에는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 9호선 2, 3단계 공사는 ▼
2014년 강동 지역까지 연결… 14km 연장구간 13개역 추진


서울지하철 9호선은 강서와 강남을 잇지만 4년 후에는 강동 지역까지 연결한다. 현재 서울시는 신논현역부터 송파구 잠실1동 종합운동장역까지 2단계 공사와 종합운동장역부터 강동구 둔촌동 서울보훈병원역까지 3단계 공사를 동시에 벌이고 있다. 2, 3단계 공사는 민자유치 사업이었던 1단계와는 달리 서울시가 직접 예산을 투입했다. 서울시는 당초 2013년에 2단계, 2015년에 3단계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2, 3단계를 통합해 2014년 말까지 동시 개통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총연장 14km인 이 구간에는 모두 13개의 역이 들어선다. 여기에는 2호선 종합운동장역, 분당선 삼릉역 등 환승역 4개도 포함된다.

운행 차량 부족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철도차량 24편성(편성당 4량)으로 운행하는 메트로9가 최근 12편성을 추가로 발주했기 때문. 그러나 차량 제작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내년 9월경 차량 편성이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주문한 차량 제작비는 서울시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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