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관련악단 수석 바이올린→리더십, 악단원→ 팀워크 인정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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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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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활동으로 입학사정관전형 스펙 만든 두학생


《어렸을 때부터 악기나 운동을 배우느라 분주한 아이들이 적잖다. 대부분 ‘성인이 돼서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지’ ‘남자라면 운동 하나쯤은 할 줄 알아야지’란 생각으로 예체능 활동을 취미삼아 한다.
하지만 아는가.
지금 즐기고 있는 연주, 운동이 앞으로 대학입시에서 나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즐거운 취미활동이었던 연주를 나만의 ‘스펙’으로 활용해 대학입시에 성공한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어릴 때부터 갈고닦은 악기 실력을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진정한 스펙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바이올린 연주에서 리더십을 배우다


올해 수시모집 기회균형선발전형을 통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입학한 이종진 씨(19·서울 강서구). 그의 취미이자 특기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다. 이 씨가 처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운 건 5세 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초등학교 진학 후에도 매일 한두 시간 꼬박꼬박 바이올린을 연습했다.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이종진 씨. 그는 오케스트라 활동에서 배운 리더십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이종진 씨. 그는 오케스트라 활동에서 배운 리더십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이 씨가 고등학교 내내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숨은 비결도 바로 바이올린이었다. 그의 책상 옆에는 항상 바이올린이 있었다. 공부를 하다 지치거나 집중이 되지 않으면 책을 잠시 접고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이 씨는 “바이올린 연주가 너무 재밌어 공부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도 연주로 해소했다”고 했다.

고1 2학기 때 이 씨는 ‘마제스틱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연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바이올린은 취미에서 이 씨만의 경쟁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씨는 3∼4개월에 한 번씩 ‘봉사연주회’에 참여하며 자신의 특기를 살리는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했다. 고2 때는 전체 오케스트라 연주를 이끄는 악장이 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특히 고2 겨울방학 때 열린 정기자선연주회에서 이 씨는 음악을 통해 리더십과 책임의식을 직접 배웠다.

“정기자선연주회는 유료공연인 데다가 관객이 1000여 명이나 되는 큰 공연이었거든요. 게다가 악장으로서 전체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야 했고 바이올린 독주부분도 맡게 됐죠.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어 한 달 동안 오후 11∼12시까지는 공부를 하고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바이올린 연습을 했어요.”

이 씨는 이때 경험하고 느낀 점을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적었다. 장래희망인 외교관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연관시켜 사례 중심으로 썼다. 그는 “흔히 외교관과 연관된 활동이라면 모의유엔이나 다른 나라 문화원 행사에 참가한 경험을 쓴다. 하지만 나는 오케스트라 활동에서 배운 리더십과 책임감을 내세웠다”면서 “취미와 특기를 바탕으로 쌓은 경험이 입학사정관들에게 특별하게 보여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여전히 대학 동아리 활동을 통해 꾸준히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있다. 그가 바이올린 연습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뭘까.

“처음부터 그저 즐겁단 이유로 바이올린 연주를 했어요. 대학입시 때 경쟁력이 된 건 즐기다 보니 생긴 ‘보너스’ 같은 거죠. 앞으로 바이올린과 함께 즐기면서 사회과학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어요.”

○플루트 연주에서 팀워크를 배우다

지난해 카이스트 화학과에 입학한 양승윤 씨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토대로 화학과 연관된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을 적극 어필했다.
지난해 카이스트 화학과에 입학한 양승윤 씨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토대로 화학과 연관된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을 적극 어필했다.
지난해 서울 경복고를 조기졸업하고 수시모집을 통해 카이스트 화학과에 입학한 양승윤 씨(19·서울 서대문구). 그는 초등 3학년 때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양 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에도 플루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중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관현악 반에 몸담았으며 고1 때부턴 ‘서울 리더스 플루트 오케스트라’라는 동호회에 가입했다. 1주일에 하루 동호회 모임에 참석해 2시간씩 연주했지만 단 한 번도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플루트를 연주하는 시간이 저에겐 휴식시간이에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것보다 효율적이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도 만나고 플루트 실력도 기르는 기회였으니까요.”

화학분야 중 특히 유기화학에 관심이 많다는 양 씨. 음악과는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화학분야에서 그는 플루트란 취미를 어떻게 자신만의 스펙으로 만들었을까.

“오케스트라와 실험은 큰 공통점이 있어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거죠. 예를 들면 오케스트라는 플루트뿐 아니라 다른 악기소리를 들으며 속도를 맞추고 강약도 조절해야 하잖아요. 연구도 마찬가지예요. 연구를 할 때 내가 맡은 부분을 정해진 시간 내에 정확히 해내야 다른 사람이 맡은 부분과 어우러져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거든요.”

양 씨는 ‘자신의 취미와 특기를 쓰라’라는 자기소개서 질문에 플루트와 화학을 연관 지은 이 같은 내용을 작성해 답했다.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진행된 2차 면접에서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토대로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을 적극 어필했다.

교수의 질문은 “만약 당신이 지휘자라면 어떻게 오케스트라를 이끌겠는가”. 양 씨는 “단원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어떤 부분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서 팀원과 함께 소통하는 지휘자가 되겠다”고 답했다. 이를 자신의 장래희망과도 연관지어 “실험을 진행하는 책임자로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양 씨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학문과 연계해 발전시키려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양 씨의 목표는 유기화학을 전공해 연구원 혹은 교수가 되는 것. 앞으로 연구에 바빠져도 플루트는 절대 손에서 놓지 않을 계획이다.

“카이스트 문화행사에서 남자 교수님 8명이 중창단을 만들어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노래하는 모습을 봤어요. 평소에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구하고 각 분야에서 권위를 쌓은 전문가들도 음악을 통해 여유를 갖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릴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됐죠. 바로 그 모습이 저의 롤 모델이에요.”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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