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무시무시한” 외고생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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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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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합쳐 텝스 1836점, HSK 20급

뛰어난 중국어, 영어 실력을 갖춘 김선진(경기외고 3·오른쪽), 나은(수원외고 2) 남매. 오빠 선진 군은 주중대사, 동생 나은 양은 중국어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뛰어난 중국어, 영어 실력을 갖춘 김선진(경기외고 3·오른쪽), 나은(수원외고 2) 남매. 오빠 선진 군은 주중대사, 동생 나은 양은 중국어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중국한어수평고시(HSK) 10급, 영어능력시험 텝스(TEPS) 942점의 18세 소년. HSK 10급, 텝스 894점의 16세 소녀. 이 화려한 ‘스펙’의 주인공은 김선진(18·경기외고 3), 나은(16·여·수원외고 2) 남매다.

모두 중국어과에 다니는 두 남매는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영화와 소설을 보거나 원어민과 대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 이들이 중국어와 영어를 잘하게 된 배경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10년 전 아버지 김희중 씨(45·경기 화성시)는 앞으로 중국의 힘이 점차 강대해질 것을 예상하고 두 자녀를 화교 학교로 전학시켰다.

“둘 다 한자라고는 단 한 자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졸업할 때쯤엔 친구들과 중국어로 대화가 가능했죠. 그때 봤던 ‘서유기’ 애니메이션의 주제가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중국어가 재밌었어요. 중국어 공부를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했죠.”(김 군)

화교 학교에서 5년을 보낸 이들은 중국 베이징으로 유학을 갔다. 언어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야 한다는 부모의 교육철학에 따른 것이었다. 오빠인 김 군은 중국에서도 최상위권 학생들이 입학하는 인민대 부속중학교 외국인 전형에 합격했다. 뛰어난 중국어 실력 덕분에 외국인 전형 합격생 10명 중 유일하게 ‘중국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해도 좋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 군은 이 시절 가장 의미 있었던 일 중 하나로 인생의 꿈을 찾은 것을 꼽는다. 김 군은 중국 TV 프로그램에서 당시 주중 대사관이었던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김 대사가 쓴 책 ‘떠오르는 용 중국’을 읽고서 외교관들이 한중 수교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알게 됐다”면서 “나도 그들처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외교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김 군은 1년 후 한국에 돌아와 외국어 공부에 박차를 가했다. 외무고시를 염두에 두니 영어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르브론 제임스의 팬인 김 군은 매일같이 NBA 온라인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읽었다. 처음엔 단어 뜻을 몰라 사전을 찾아야 했지만 이내 한국말 읽듯 자연스럽게 영어를 소화할 수 있었다.

동생인 김 양 또한 중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작문 연습 등 노력을 계속했다. 김 양은 “깊은 뜻이 함축된 한시를 좋아해, 유학 시절 구입한 당송대 시집을 지금도 들춰 본다”고 전했다.

두 남매는 자신들의 언어능력을 활용해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반년간 집 근처 교회에서 초등학교 2∼6학년생들을 가르쳤다. 오빠는 영어, 동생은 중국어를 맡았다. 단어카드를 직접 만들 정도로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김 양의 장래희망은 초등학교 중국어 교사다.

김 군의 꿈은 좀 더 구체적이다. “중국에 있을 때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북한이냐 남한이냐 물어봤어요. 참 슬프더라고요. 언젠가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루고자 할 때 중국도 어떤 식으로든 관계될 거라고 생각해요. 한중 수교를 잘 펼쳐서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힘쓰고 싶어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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