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키워드가 있는 책읽기] 득남한 호날두는 웃지만…대리출산 계약은 정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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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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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빠질 수 있는 도덕적인 딜레마에 관한 질문과 답변 속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치철학 수업 장면. 사진 제공 김영사
일상에서 빠질 수 있는 도덕적인 딜레마에 관한 질문과 답변 속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치철학 수업 장면. 사진 제공 김영사
■ 이슈 따라잡기 ■

전 세계를 들끓게 했던 남아공 월드컵이 오늘(12일)로 막을 내렸습니다. 종료 휘슬이 불리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경기, 멋진 플레이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선수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플레이보다는 경기 외의 깜짝 놀랄 만한 소식으로 이슈가 된 선수가 있었습니다. 월드컵 기간 중 득남 소식을 전한 포르투갈의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레알 마드리드)입니다. 그의 득남 소식은 아이의 친모가 ‘대리모’라는 주장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포르투갈 신문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 여성은 호날두의 2세를 낳는 조건으로 일정한 돈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뉴스를 접한 학생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스포츠 스타를 둘러싼 가십으로 넘기셨나요?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포르투갈 신문을 비롯한 어떤 매체도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그의 행동에 대해 가치평가를 하지 않았으니까요. 대리모 출산은 민감한 문제인 만큼 옳고 그름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안임엔 틀림없습니다. 실제로 어떤 나라에서는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불법이지만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 미국 하버드대에서 이뤄진 강의를 볼까요? 하버드대에서 최근 20년간 학생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강의로 꼽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입니다. 그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속 ‘대리인 고용하기-시장과 도덕’이라는 주제를 통해 특정사안에 대한 주장과 근거, 반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봅시다.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돈으로 살 수 없는, 또는 사서는 안 되는 재화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재화이며 그것을 사고파는 것은 왜 문제가 될까요.

강의는 윌리엄 스턴과 엘리자베스 스턴이라는 미국인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생화학자인 남편과 소아과 의사인 아내는 아이를 갖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다발성경화증을 앓아 아이를 가지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들은 대리출산을 결심했습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환경미화원의 아내였던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가 대리모가 되겠다고 자원했습니다. 이 여성은 윌리엄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거쳐 임신한 뒤 출산과 동시에 아이를 넘겨주기로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은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는 아이와 떨어지기 싫어 아이를 데리고 플로리다 주로 도망을 갔습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찾아내 아이를 스턴 부부에게 넘겼고 양육권 다툼은 뉴저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1심 법원은 애초의 계약을 이행하도록 명령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아이의 양육권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들이 했던 계약은 과연 정당할까요? 다음은 계약을 강제로 집행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입니다.


윌리엄 스턴과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는 계약을 맺었다. 도덕적으로 그 계약은 지켜져야 하지 않겠는가? 성인 두 사람이 합의하여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계약을 자발적으로 맺지 않았는가. 윌리엄 스턴은 친자식을 가질 것이고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는 9개월 동안의 노고에 대한 대가로 1만 달러를 받을 것이다. 물론 흔한 상업 거래는 아니다. 두 가지 이유로 계약을 강제로 집행하기가 망설여진다. 첫째, 여자가 임신해 돈을 받고 아이를 넘겨주겠다고 약속할 때 관련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었는가? 막상 아이를 넘겨줄 때 어떤 느낌이 들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가? 둘째, 양쪽이 자유롭게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사고팔거나 여성의 출산 능력을 빌려주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행위는 아이를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임신과 출산을 돈벌이로 만들어 여성을 착취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131, 132쪽)

여러분은 이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하비 스코 판사는 두 가지 반론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애초의 계약에 손을 들어주었지요.

두 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첫 번째로 양자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각자 수행할 서비스의 대가를 두고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어느 쪽도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둘째로 윌리엄 스턴이 지불한 돈은 아이를 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는 대가라는 점입니다.

판사는 “여성도 자신의 생산능력을 팔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건은 공방 끝에 대법원까지 이르렀습니다. 법원은 만장일치로 스코 판사의 판결을 뒤집어 대리출산 계약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양육권을 윌리엄 스턴에게 주면서 그것이 아이에게 최선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메리 베스 화이트헤드에게는 아이 어머니라는 지위를 돌려주었고 하급 법원에 방문권 부여 결정을 요청했습니다.

일단 아기가 태어나면 어머니는 분명한 정보를 갖고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내리는 결정은 “소송 위협에, 그리고 1만 달러의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결정이라서 전적으로 자발적일 수 없는 결정이다. 더군다나 돈이 궁하다보면 가난한 여성이 부자를 위해 대리모가 되기로 선택할 확률이 높다. 대법원 판사는 이 점 역시 이 계약의 자발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한다. 저소득층 불임부부가 부유층 대리모를 찾는 일이 있을지 의문이다.(중략) 그 여성이 얼마나 돈이 필요했든 간에, 그리고 계약의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했든 간에 우리는 그의 합의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문명화된 사회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134쪽)

■ 책 읽고 생각하기 ■

책은 위와 같은 논쟁 외에도 ‘합의된 식인(食人)은 정당한가’ ‘대학이 경매로 입학생을 뽑아도 될까’ ‘금융위기의 주범들이 거액의 상여금을 받는 것은 정당한가’ ‘어떤 상처를 입어야 상이군인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등 다양한 쟁점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일상에서 빠질 수 있는 도덕적인 딜레마에 관한 질문과 답변 속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품게 합니다. 위 주제 중 한 가지를 골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책을 읽은 후 다시 한 번 글을 전개해 비교해봅시다. 아래 e메일로 위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좋은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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