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옹진 굴업도 개발사업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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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반대로… 옹진군수 “주민 대다수 개발 원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앞두고 환경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인천 옹진군 굴업도에서의 휴양관광단지 개발 사업 추진이 전격 중단됐다.

옹진군은 24일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이 굴업도에 14홀 골프장, 콘도미니엄, 호텔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이 투자개발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민주당)의 개발 불허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는 6·2지방선거 후 광역단체장 당선자와 기업 간의 첫 갈등사례다.

이 업체는 2006년부터 굴업도 전체 98%가량인 172만6000m²(약 52만2000평) 규모의 땅을 사들인 뒤 옹진군에 관광단지 지정을 신청한 상태였다. 옹진군이 인천시와 협의해 관광단지 도시계획 결정을 해주면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행정절차를 거쳐 2013년 말까지 최고급 해양리조트시설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을 지닌 굴업도 토끼섬 일대 2만5785m²(7800평)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한 데다 송 당선자가 굴업도 개발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세우자 이날 관광단지 지정신청 취하서를 냈다.

CJ측 “적절한 시기에 사업 재추진”
인천지역 환경단체들도 “굴업도에 매, 먹구렁이, 황조롱이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이 다수 서식해 생태적 가치가 풍부하다”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이날 씨앤아이레저산업 관계자가 찾아와 사업 철회 의사를 밝혔다”며 “일부 환경파괴 논란이 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주민 대다수는 휴양지 개발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엔아이 관계자는 “관광단지 지정신청을 낸 지 9개월이 넘었는데 송 당선자 측이 부정적 입장을 보여 사업 전체가 장기 표류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일단 지정신청 취하서를 냈다”며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천시에 설명하고 골프장이 포함된 관광단지 개발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송 당선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굴업도에서의 골프장 건설 계획은 중단돼야 하며, 이를 공약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반드시 관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신청 취하가 사업 전면 백지화보다는 향후 재추진 쪽에 초점이 맞춰짐에 따라 씨엔아이가 굴업도에 보유 중인 관광단지 설립 예정 용지를 매각하는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씨엔아이는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송 당선자의 논리가 환경론자들의 주장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 향후 생태환경조사 등을 보강해 반박 논리와 과학적 사실을 인천시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바닷물 침식으로 해안 절벽이 생긴 굴업도 해안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해 놓고 있다. 천혜의 해안절경을 지닌 굴업도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50분가량이면 닿을 수 있는 덕적도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20∼30분가량 가야 하는 외딴섬이다. 1994년 핵 폐기장 후보지로 선정됐다 취소된 바 있으며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워 ‘요트 시대’에 대비한 해양관광 휴양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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