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불법시술 무더기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4일 0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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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출신인 박모 씨(45)는 국내 명문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 초 경기도 부천시에 성형외과 의원을 열었다. 개원할 때만 해도 기대에 부풀었지만 갈수록 환자들이 줄었다. 정교한 시술이 필요한 성형외과 의사로서 경쟁력이 떨어졌던 박 씨는 2008년 8월 수소문해 '손 기술이 최고'라는 평을 받던 무면허 시술업자 신모 씨(53·여)를 영입했다. 신 씨는 의사면허도 없이 박 씨의 병원에서 주름살 제거수술 등을 했다.

2008년에도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속에 걸린 적이 있던 간호조무사 출신인 김모 씨(38·여)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남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업하고 원장행세를 했다. 그는 이렇게 차린 병원에서 2009년 4월부터 10월까지 600여명을 상대로 점 빼기, 사마귀 제거 등의 시술을 진행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출신인 서모 씨(56·여)도 의사면허 없이 인천 등지에 4개의 성형외과를 차려놓고 의사를 고용해 20억 원 상당의 수입을 챙겼다.

불법 의료기관에 의사 면허를 빌려주거나 사이비 성형 시술자를 고용한 의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사 면허를 대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심모 씨(68)등 의사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무면허 성형 시술자를 채용한 혐의로 재일교포 출신 의사 박 씨를 지명 수배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박 씨의 병원에 취업했던 신모 씨, 의사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김모 씨와 서모 씨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 씨 등 의사 8명은 김 씨와 서 씨에게 의사 면허를 빌려줘 이들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병원 5곳을 설립해 운영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가 없는 개인이 병원을 설립하면 불법이다.

면허를 빌려준 의사들은 대개 병원 경영난과 고령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로 사례금 400만~700만 원을 받고 면허를 대여하거나 월급 2000여만 원을 준다는 말에 넘어가 비 의료인 아래서 진료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의사들이 돈의 유혹에 빠져 불법의료 관행을 돕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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