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함정피하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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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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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든 정답은 바로 눈앞, 지문 내용 안에 있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문제를 풀 때 자신이 알고 있던 배경지식과 지문의 내용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때 정답의 판단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당연히 지문이다. 모든 문제의 답과 정답의 판단 기준은 지문 안에 있다. 지문이 아닌 자신의 배경지식에 근거해 답을 고르다 보면 자칫 비약된 추리를 하거나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을 내려 정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배경지식을 판단기준 삼지 말라!

많은 학생이 자신의 배경지식이나 가치관을 기준으로 오답을 고른다. 그러나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어떤 문제이든지 답은 지문 안에 있다. 설사 지식을 심화시킨 문제라 하더라도 철저하게 지문에 근거해 풀어야 한다.



[예문] 2002학년도 9월 수능 모의평가 지문


살아생전 내내 어머니는 나에게 써먹지도 못하는 문학은 해서 무엇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셨다. 이제 서야 당신께 뒤늦은 답을 한다. 문학은 권력에의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을 함으로써 우리는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큰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문학은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유용한 것이 결핍되었을 때의 그 답답함을 생각하기 바란다. 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문학은 억압하지 않으므로 그 원초적 느낌의 단계는 쾌락을 동반한다. 지금도 어렸을 때의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온다. 어머니는 겨울밤이면 고구마나 감, 하다못해 동치미라도 먹을거리로 내놓으시고, 나직한 목소리로 아벨과 카인의 이야기를, 도적질을 하다 벌을 받은 그녀의 친지 중 한 사람 이야기를 내가 잠들 때까지 계속하신다. 그때에 느낀 공포와 아픔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러나 그 아픔이나 고통 밑에 있는 어머니의 나직한 목소리가 주는 쾌감을 내가 얼마나 즐겨했던가! 그 목소리가 불러일으키는 상상은 얼마나 놀랍고 즐거웠던가! 그 즐거움 안쪽에서 우리는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의무감을 느낀다. 그것은 의무이되 억압이 아니다. 쾌락이 일깨우는 원초적인 반성이자 깨달음이다.

억압하지 않는 문학은 억압하는 모든 것이 인간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 준다. 문학에서의 주장은 인간을 억압하기 때문에 문학은 명백한 길을 제시하지 못한다. 인간은 문학을 통하여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부정적 힘을 인지한다. 한 편의 침통한 시는 그것을 읽는 자에게 인간을 억압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한 소설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던 주인공이 끝내 패배를 당할 때, 우리는 고통스럽다. 그 고통을 함께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를 억압하는 세상의 부조리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결국 인간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스럽게 행복을 생각하는 것이다.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그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醜聞)으로 만든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인간을 행복으로 이끈다. 고통과 간난(艱難)의 시대에 행복을 생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가 말했듯, 인간은 행복스럽게 숨쉴 수 있도록 태어난 존재이다. 숨을 잘 쉬는 것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나는 문학을 포기할 수 없다.

- 김현, ‘한국 문학의 위상’

여기에서 출제된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이 문제에서는 필자의 관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이를 근거로 답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 없이 개인적인 가치에 따라 답안을 찾으면 오답을 고를 위험이 크다.

16. 윗 글로 미루어 볼 때, 필자가 가장 높이 평가할 문학 작품은?

① 한적한 전원 지대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셜록 홈즈가 살인 사건의 현장에 파견된다. 그는 경이로운 기지를 발휘해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② 아들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투옥 당한다. 아들에 이어 어머니도 혁명가가 된다. 작가는 모든 사람이 사회주의 운동가가 되어야 모순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 고리키, ‘어머니’

③ 젊은 변호사 허숭은 농촌 계몽을 위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농촌으로 간다. 농민들의 무지와 아집에 좌절한다. 그렇지만 불굴의 희생정신으로 농민들에게 밝은 미래의 길을 제시한다. - 이광수, ‘흙’

④ 자유를 추구하는 이명준은 경찰서에 끌려가 공포를 경험한다. 이에 환멸을 느껴 북한으로 갔지만 역시 자유를 얻지 못한다. 결국, 남과 북이 아닌 제3국을 택함으로써 그 시대의 모순된 현실을 보여준다. - 최인훈, ‘광장’

⑤ 아버지가 암에 걸리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것을 모른 채 아버지의 무능을 탓한다. 나중에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가족의 화해를 감정적으로 호소한다. - 김정현, ‘아버지’

이 문제의 정답은 4번이다. 반응률은 25.8%. 그런데 오답인 3번의 반응률이 38.9%로 더 높았다. 왜 그럴까? 아마 3번이 ‘민중 계몽의 도구’로서의 문학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4번에서는 ‘모순된 현실’을 그저 ‘보여주기만 하는’ 문학의 모습이 나온다.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3번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필자의 관점이다. 지문의 셋째 문단을 다시 보자.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던 주인공이 끝내 패배했을 때 우리는 그 고통을 알고, 그로 인해 사회를 바로 보며, 자유와 행복을 생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필자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문학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높이 평가될 만한 문학 작품은 주인공이 끝까지 좌절하는 비극이다. ① 주인공이 경이로운 기지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므로 주인공의 패배를 담은 내용이 아니다. ②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따르므로 인물들의 패배를 담은 내용이 아니다. ③ 주인공이 현실에 좌절하지만 불굴의 희생정신으로 미래의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패배와는 거리가 멀다. ⑤ 가족의 화해를 그리므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던 주인공의 패배를 담았다고 볼 수 없다.

어휘에 관해 좀 더 살펴보자. 어휘 때문에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슷한 한자어를 혼동하는 경우이다.

[예문] 2003학년도 4월 경기도교육청 학력평가 지문


옛날 어느 곳에 가재와 굼벵이가 서로 이웃해서 살았다. 그런데 가재는 수염이 있는 대신 눈이 없고, 굼벵이는 눈이 있는 대신 수염이 없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이 위엄 있는 수염, 어험.”, “이 밝은 눈은 어떻고?”하며, 서로 제 것을 자랑했지만, 가재는 굼벵이의 밝은 눈이 탐났고, 굼벵이는 가재의 위엄 있는 수염이 부러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들은 그 수염과 눈을 바꾸기로 했다. 먼저 굼벵이가 제 눈을 빼서 가재에게 주었다. 가재가 굼벵이의 밝은 눈을 받아 달고 보니, 세상은 더없이 환하고, 저의 수염은 더욱더 위엄 있게 보였다. 그래서 가재는 저의 그 위엄 있는 수염을 굼벵이에게 줄 생각이 없어졌다. 굼벵이는 가재가 그 수염을 선뜻 내주지 않자, “왜 이렇게 꾸물대는가?”하고 다그쳤다. 그러자 가재는 “눈도 없는 놈이 수염은 달아서 무얼 해?” 하고는 그냥 가 버렸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 본 개미는 굼벵이의 하는 짓과 그 당하는 꼴이 너무도 우스워서, 그만 웃고웃고 하다가 허리가 잘룩해졌다. (중략) 가재와 굼벵이 이야기를 듣고 이쯤 생각하는데, 어디선지 자지러지게 웃어대는 개미의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순간 얄미운 생각이 번뜻 들었다. 아니 괘씸했다. 굼벵이의 무지와 경박(輕薄)은 허리가 끊어지게 ㉠웃어대는 놈이 어찌하여 가재의 배신과 모순에 대해선 일언반구(一言半句) 말이 없는가? 더구나 배신과 모순은 부도덕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도 말은 고사하고 손가락질 한 번이 없다. 그렇다면 개미란 놈은 왜 그토록 편파적(偏頗的)이었을까? 굼벵이의 무지와 경박이 하도 우습다 보니, 가재의 배신과 모순은 미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약간의 상상을 보태 보자. 만일 굼벵이에게 예민한 촉각과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럴 때도 개미란 놈이 그토록 편파적일 수 있었을까? 굼벵이는 처음부터 개미가 두려워할 만한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게다가 이제는 눈까지 없다. 그러므로 백 번 웃어 주어도 보복 당할 염려가 없는 것이다.<하략> - 정진권, ‘개미론’

18. ㉠에 해당하는 것은?

① 미소(微笑) ② 조소(嘲笑) ③ 고소(苦笑) ④ 담소(談笑) ⑤ 실소(失笑)
위의 문제의 정답률은 40.34%였다. 당시 출제자는 이 문제가 매우 쉬울 것이라 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웃어대는’이란 말에는 단지 ‘웃는’ 것이 아니라 ‘대는’이라는 접사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대는’은 무언가를 비하할 때 쓰는 접사다. 이 점만으로도 ‘미소’나 ‘담소’가 제외된다. 또 문맥을 생각하면 ‘고소’나 ‘실소’도 정답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출제자는 한자어에 관한 학생들의 지식 수준, 즉 하나의 단어를 구성하는 형태소(한자)에 대한 지식 수준을 고려하지 못했다. 많은 학생이 ‘고’가 ‘쓰다’라는 뜻을 가진다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실’도 ‘잃는다’는 말과 관련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굼벵이의 무지와 경박(輕薄)은 허리가 끊어지게 웃어대는’이라고 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개미의 웃음은 굼벵이를 비웃는 웃음이므로 ‘조소(嘲笑)’에 해당한다. ① 소리 없이 빙긋이 웃음 또는 그런 웃음 ③ 쓴웃음 ④ 웃고 즐기면서 이야기함 또는 그런 이야기 ⑤ 어처구니가 없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툭 터져 나옴 또는 그 웃음.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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