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타국서 변 당한 영혼 달래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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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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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불광사 청봉스님 ‘부산 사격장 화재’ 일본인 희생자 위해 천도재
유족 “스님 정성 고마울 뿐”

지난해 부산 사격장 화재로 숨진 일본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8일 경남 양산시 주진동 불광사에서 열린 천도재에 참석해 영령들을 
위로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지난해 부산 사격장 화재로 숨진 일본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8일 경남 양산시 주진동 불광사에서 열린 천도재에 참석해 영령들을 위로하고 있다. 조용휘 기자
한 스님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부산 실탄사격장 화재로 숨진 일본인 희생자 10명에 대한 천도재를 지극정성으로 지내고 있어 화제다. 경남 양산시 주진동 불광사 주지 청봉 스님은 “우리가 일본에 서운한 것이 많지만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1월부터 재를 올리고 있다”고 8일 말했다. 천도재는 지장보살 기일인 음력 18일을 전후해 좋은 날을 잡아 대웅전에 일본인 희생자 위패를 모셔 놓고 지낸다.

6번째 천도재가 열린 8일은 일본인 희생자 유족 7명을 포함해 일본영사관 직원, 일본 취재진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 일본영사관 직원이 희생자 유족들에게 천도재 사실을 알렸기 때문. 유족들은 7일 사격장 건물주와 관리인에 대한 부산지법 선고공판에 나갔다가 2시간가량 진행된 천도재에 처음 참석했다.

청봉 스님은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우리가) 일본에 할 말이 많듯이, 한국에 관광 왔다가 졸지에 목숨을 잃은 일본인 희생자 유족들의 억울함도 말로 다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타국에서 변을 당하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재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희생자 오쿠보 아키라(大久保章) 씨의 아버지 오쿠보 신이치(大久保信一) 씨는 “(아들) 초등학교 동기들이 계를 모아 처음으로 한국여행에 나섰다가 큰 화를 당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산시에서 특례를 만들어 보상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한 것은 고맙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유족들의 불만이 많다”며 “천도재를 지내 주니 그나마 큰 위안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희생자 시마다 아키라(島田明) 씨의 동생 시마다 준타(島田順太) 씨는 “종교를 초월해 극락왕생을 비는 스님의 정성이 고마울 뿐”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교도통신 사토 다이스케(佐藤大介) 기자는 “사격장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불광사에서 영령을 위로해 주니 고맙고,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부산 중구 신창동 ‘가나다라 실탄사격장’에서 난 불로 일본인 관광객 10명과 이명숙 씨(40·여) 등 여행 가이드 2명, 종업원 3명 등 15명이 숨지고 일본인 관광객 1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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