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문 연 대구보건대병원 병상 3분의 1 줄인 대신에 환자 위한 공간으로 차별화 “병원 같지 않아 마음이 편해요.” 뇌를 다쳐 2개월째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황모 씨(58)의 말이다. 병원이 병원 같지 않다면 이는 칭찬일까 불만일까? 병원 같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칭찬이다.
대구보건대병원 김한수 병원장(가운데)이 병원 8층 하늘정원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권효 기자
대구 북구 동천동(대구 칠곡 3지구)에 올해 3월 중순 개원한 대구보건대병원은 1층 현관에 들어서면 정말 병원 같지 않다. 안내 데스크 벽에 써놓은 ‘첨단치료를 사랑으로 묶어 희망을 선물합니다’라는 표현이 병원이라는 것을 가리킬 뿐 그 외 공간은 병원 냄새가 거의 없다. 현관 출입문을 열면 정면으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주변으로 서재와 소파가 있고, 한쪽에는 헤어숍(미장원)이 있다. 환자들은 이 미장원에서 언제든지 무료로 머리를 손질할 수 있다. 피아노는 피아니스트가 하루 두 차례씩 연주를 한다.
1층 중앙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가면 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고가구를 비롯해 벽에 걸린 그림, 곳곳의 화분, 세련된 인테리어 등이 병원 같은 느낌을 자꾸 지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의 표정도 그다지 굳어 보이지 않는다. 김한수 병원장(52·보건학박사)은 “바로 그것을 위해 병원 전체를 편안한 마음이 들도록 디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병원을 이렇게 꾸미는 데는 꽤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환자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다면 곧 치료 효과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8층 건물(총면적 4877m²·약 1475평) 곳곳에 조각품은 14개, 그림은 53점, 고가구 3개, 도자기 3개가 놓여 있으며, 7층 베란다에 대나무 정원 등 실내 화단도 4곳이 있다. 건물 규모로 따지면 병상을 150개가량 만들 수 있지만 97개로 줄이는 대신 환자와 가족을 위한 공간을 늘렸다. 여러 명이 사용하는 입원실에도 개인별 사물함과 냉장고를 갖췄으며, 층마다 샤워시설이 있다.
규모는 기존의 대학병원보다 작지만 철저히 환자를 우선시하는 공간 배치와 조경 측면을 보면 ‘큰마음’이 느껴진다. 전국 보건대학 중 유일하게 부설 병원을 갖춘 만큼 기존 병원과는 차별화를 한다는 것이다. 내과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의 전문의를 초빙해 중앙수술실과 임상검사실, 영상촬영실, 다양한 재활치료실 등을 갖춰 규모가 작을 뿐 종합병원급이다. 수(水)치료실도 마련했다. 재활치료 분야에서 20년 경력을 쌓은 차재용 재활센터장(43)은 “환자들이 답답하게 느끼는 분위기나 구조보다 이렇게 쾌적하고 개방적인 환경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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