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송추계곡에 한때 戰雲 감돌았던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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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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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시설물 자연경관 해쳐”중무장한 철거반 투입 계획상인들 거센 저항에 연기

‘칼에 찔려도 뚫리지 않는 방검복 150벌,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 150개, 굴착기 3대, 트럭 여러 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북한산 송추계곡의 자연경관을 해치는 불법 시설물 철거에 앞서 마련한 준비물들이다. 공단은 3, 4일 이틀에 걸쳐 송추계곡 주변 상가를 대상으로 불법 영업 시설물을 철거할 계획이었으나 주민 반발로 철거를 연기한다고 2일 밝혔다.

공단은 당초 전국 국립공원 관리인력 등 150여 명으로 철거반을 구성해 대거 철거에 나설 계획이었다. 일부 주민이 흉기를 들고 저항할 것에 대비해 방검복과 헬멧을 구입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 송추 상인들과 마주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거반 숙소도 비밀리에 정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송추계곡 상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거세게 저항했다. 철거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한 가운데 고령의 상인들이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공단의 우려가 커졌다. 일부 상가에서는 철제 빔으로 시설을 만들어 철거가 까다로운 문제도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경찰에 비상이 걸려 경찰력 지원을 받는 것도 원활치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경찰의 공조 없이 섣불리 나섰다가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고심 끝에 단속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공단에 따르면 송추계곡에는 40개에 가까운 업소가 계곡에 천막을 치는 등 350여 개의 불법 시설물을 세워 놓고 있다. 자연경관과 상거래 질서를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탐방객의 계곡 출입을 막아 피해를 끼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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