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후 긴장 흐르는 동해… 실전 같은 對테러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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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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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탈취됐다”… 함정-헬기 입체 추격
20분만에 현장 도착 앞길막아
이목 분산시킨후 특공대 투입
테러범 제압 인질 생사 확인

31일 강원 속초항 동쪽 10km 해상에서 실시된 대테러훈련에서 해양경찰 특공대가 어선을 탈취한 가상 테러범들을 붙잡아 총을 겨누고 있다. 이날 훈련은 여객선에 돌진해 자살폭탄테러를 노리는 무장 테러범들을 무력 진압하는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속초=이인모 기자
31일 강원 속초항 동쪽 10km 해상에서 실시된 대테러훈련에서 해양경찰 특공대가 어선을 탈취한 가상 테러범들을 붙잡아 총을 겨누고 있다. 이날 훈련은 여객선에 돌진해 자살폭탄테러를 노리는 무장 테러범들을 무력 진압하는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속초=이인모 기자
31일 오후 2시경 강원 속초항에서 동쪽으로 10km 떨어진 해상. 해양경찰의 대(對)테러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특공대원들의 눈빛은 매서웠다. 테러범들을 제압하는 몸놀림은 어느 때보다 재빨랐다. 경찰은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20일부터 ‘을호’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황. 이날 훈련은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주관으로 속초해양경찰서, 군부대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실시됐다. 500t급 509, 510함을 포함해 함정 5척, 헬기 1대, 해양경찰 특공대가 투입됐다.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해 해상을 통한 불순세력의 침투 방지와 임해시설 보호가 목적이다.

이날 훈련은 어선을 탈취한 무장 테러범 3명이 출항하는 여객선에 돌진해 자살폭탄테러를 꾀한다는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인질로 잡힌 선원은 4명. 신고 20분 만에 해경 함정과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다. 테러범들이 탈취한 어선과 여객선 간 거리는 7마일(약 11.2km). 정선 명령 및 경고 방송에 이어 하늘과 바다에서 숨 가쁜 작전이 시작됐다. 헬기는 저공비행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어선이 운항하는 것을 방해했다. 또 해경 함정들은 빠른 속력으로 앞길을 가로막으며 어선의 속도를 줄였다. 꾸준한 설득 및 협상에도 테러범들은 인질을 위협하며 운항을 계속했다.

잠시 후 출동한 모든 함정이 동시에 움직이는 수시 기동으로 테러범들의 이목을 분산시킨 순간 어선에서 연막탄이 피어올랐다. 이어 어느새 어선에 접근한 고속단정(rib)에서 특공대원들이 뛰어올랐다. 테러범들이 연막탄에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특공대원들은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어선을 장악했다. 끝으로 인질의 안전 여부를 확인한 뒤 부상당한 인질을 신속히 후송했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해양경찰 특공대의 조상윤 순경은 “최근 남북 관계 때문인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며 “어떠한 적의 도발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자세를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동해 역시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긴장의 바다다. 5월 24일부터 남북해상항로를 운항하던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이 금지됐다. 해경은 가용 함정의 교대 주기를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했고, 대형 함정을 증강 배치했다. 또 항공 감시를 주 4회에서 7회로 늘려 취약해역 순찰을 강화했다.

이날 훈련을 지휘한 이광숙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경비계장은 “비상근무로 인해 동원할 수 있는 함정이 적어 훈련에 다소 애로가 있었다”면서도 “훈련의 반복을 통해 테러 발생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속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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