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 천안함 유언비어 유포 엄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4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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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어뢰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발표는 정부의 자작극이다."

"천안함 침몰은 미 해군의 소행이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북한이 뒤집어 쓴 것이다."

다음 아고라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확산되고 있는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20일 정부의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같은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어 검·경이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24일 "포털사이트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에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언비어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공익성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아 허위사실 유포 누리꾼들을 집중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대상은 △천안함 침몰은 정부의 자작극 △남북 간 전쟁 발발 △6·2지방선거 이용 등의 유언비어를 지속적으로 게시판에 게재하거나 블로그, 트위터 등에 무작위로 확산시키는 경우다.

이날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게시판에 "미 해군과 이명박 대통령이 짜고 천안함을 폭파시켰다"는 주장을 8차례 게재한 최모 씨(40·무직)를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도 "천안함 침몰 관련 유언비어 유포 행위를 엄정 단속하라"는 대검찰청의 지시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이상의 합참의장이 박선원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47)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달 22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정부가 갖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다"며 정부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공안1부는 또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했다가 해군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신상철 민군합동조사단 위원 사건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이 유언비어 단속에 나선 것은 사회전반에 퍼진 각종 천안함 관련 주장들이 개인의 의견개진 수준을 넘어 각종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등 정부 발표, 나아가 한국정부의 신뢰 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게재된 '북한 어뢰 공격 발표가 정부조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라는 글에는 "증거물로 공개된 어뢰 부품의 중심축이 너무 멀쩡하다. 국방부가 사건원인을 밝히는 것은 조직폭력단에게 조직의 폭력배에 의해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조사하라는 것"이라고 적혀있다.

이밖에 "해군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어뢰 종류 중 1번으로 기록된 것을 천안함 침몰 해역 근방에 빠트린 후 수거한 것",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의 표를 집결하기 위한 수작", "남한 함대가 자체 훈련하다가 발생한 오폭" 등의 글도 확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유성 매직 소금물에 담그기 테스트'란 글을 통해 "강철에 매직을 칠해 염수 분무 시험기에 집어넣었더니 3시간 만에 글씨가 사라져버렸다"며 정부 발표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20~30명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단 정부 발표 중 미흡하거나 의혹이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개인의 의견이나 논리를 개진하는 정도는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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