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길다” 유학생들이 바꾼 캠퍼스의 ‘열공 실험’

  • 동아일보

우송대 ‘1년 4학기제’ 첫 도입
이수학점 140점→154학점… 수학기간 3년 반으로 단축

“한국 대학들은 왜 그렇게 방학이 긴가요. 학생들을 받았으면 공부를 좀 많이 시켜야 하지 않나요.” 지난해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송대 외국 유학생 간담회에서 쏟아진 유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다.

유학생이 1000여 명으로 전체 학생의 10%를 차지하는 우송대는 이 불만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곧바로 국내외 학제 연구에 나서 올해 여름학기부터 ‘연간 4학기제’를 도입해 수업일수를 늘렸다. 연간 4학기제가 전체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실시되기는 국내 대학에서는 처음이다.

이달영 부총장은 “조사 결과 한국 대학들의 수업일수가 다른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에 비해 연간 4∼6주 적었다”며 “유학생 유치뿐 아니라 국내 학생들의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도 공부를 좀 더 많이 시켜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간 기준으로 봄·가을 학기 15주씩, 여름·겨울학기 6주씩인 4학기제의 도입으로 여러 가지가 달라진다. 우선 수학기간이 4년에서 3년 반으로 짧아지면서 조기 졸업이 가능해진 반면 전체 수업일수는 600일(120주)에서 705일(141주)로 105일(21주)이 늘어난다. 학교 측은 기존의 이수학점을 140학점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154학점으로 늘리고 부전공을 의무화했다.

올해 7월 중순에 처음 시작될 여름학기의 경우 지난해에는 희망자인 전체 학생의 10%만 수강했지만 올해는 모두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해야 한다. 대학 측은 여름 및 겨울학기에는 봄가을에 운영하기 적당하지 않았던 자격증 취득이나 현장실습 등의 강좌를 집중 배치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이수학점이나 수업일수가 늘면 전임 교수의 근무시간이 늘고 초빙교수를 더 써야 하는 데다 기숙사와 강의실 등의 시설 운영시간이 늘지만 등록금은 그대로여서 연간 5억 원 안팎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용상 교무처장은 “4학기제로 비용은 더 들지만 ‘열공’ 분위기로 우수한 학생이 찾아오고 취업이 크게 늘면 학교의 경쟁력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큰 이익이라는 것이 학교 측의 기대”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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