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얀 손수건 편지’ 나무에 걸어 46인 배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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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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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함대 자녀 다니는 원정초교
“천안함 잊지 않을게요” “친구야, 네가 공부 잘해서 아버지 꿈 이뤄드려”

2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원정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이 정성스레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는 글을 쓴 흰 손수건을 모으고 있다. 평택=홍진환 기자
27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원정초등학교 4학년 1반 학생들이 정성스레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는 글을 쓴 흰 손수건을 모으고 있다. 평택=홍진환 기자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46명 용사분들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우리나라 이제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겠습니다.”(박혜경)

27일 오전 10시 반 경기 평택시 포승읍 원정초등학교 4학년 1반. 하얀 손수건 위에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평소 같으면 왁자지껄 시끄러웠을 이들은 모두 왼쪽 가슴에 검은색 ‘謹弔(근조) 리본’을 달고 있었다.

두 번째 분단 다섯 번째 줄. 빈자리를 바라보는 김연국 군(10)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흰 손수건 위에 “천안함 장병들 편안히 잠드세요. 재현이 아버지 편안히 잠드세요”라고 적은 김 군은 고(故) 남기훈 원사(36)의 둘째 아들 재현 군(10)의 단짝 친구다. 재현 군은 천안함 침몰 이후 아버지가 첫 번째 사망자로 발견된 3일에도 학교에 나왔다. 하지만 장례가 시작된 25일부터는 국화 한 송이만 자리를 지켰다. 아이들은 비어 있는 재현 군의 책상 위에 편지 서른 통을 올려놓았다.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시다 돌아가셨잖아. 네가 공부 잘해서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 드려. 그래야 아버지께서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살 수 있잖아….” 삐뚤빼뚤한 글씨지만, 급우 홍원석 군(10)은 어른스럽게 친구를 격려했다.

아이들은 손수건에 천안함과 태극기를 그리고 ‘감사하다’ ‘사랑한다’라고 적어 넣었다. 남 원사와 김태석 원사(37), 김경수 상사(34), 박경수 상사(29) 등 희생자 4명의 자녀와 반이 같은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은 친구를 위로하는 편지도 썼다. 원정초교는 전교생 617명 중 76%인 470명이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장병들의 자녀다.

전교생이 천안함 희생자와 생존자에게 적은 손수건 편지는 영결식이 열리는 29일 학교 앞 소나무 열 그루에 가지마다 걸린다. 학생들은 운구차량이 학교 앞을 지나갈 때 ‘편지 나무’ 앞에서 희생자 46명을 배웅할 계획이다.

평택=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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