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슬픔 너무 잘 알기에…” 한 준위 유족 ‘눈물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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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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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바람에도 끝없는 행렬

“아이에게 훗날 얘기해줄것”… 손자와 함께온 조문객 많아
평택지역 탈북자들도 분향

산화 6명 유품 어제 입관

천안함 희생자 구조를 위해 수중 작업을 하다 숨진 한주호 준위 유족이 27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아들 한상기 중위와 부인 김말순 씨, 딸 한슬기 씨(왼쪽부터). 부인 김 씨는 희생 장병들의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천안함 희생자 구조를 위해 수중 작업을 하다 숨진 한주호 준위 유족이 27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아들 한상기 중위와 부인 김말순 씨, 딸 한슬기 씨(왼쪽부터). 부인 김 씨는 희생 장병들의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그 슬픔 저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혹시 위로가 될까 해서 왔습니다.”

천안함 희생 장병 장례 사흘째를 맞은 27일 고 한주호 준위의 가족들이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 준위는 천안함 실종자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지난달 30일 순직했다.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 씨(56)와 아들 한상기 중위(25), 딸 슬기 씨(19)는 이날 오후 3시 40분경 분향소에서 유가족 대표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한 중위는 방명록에 “46인의 용사님들, 저희 아버지랑 제2의 인생 잘 만들어 나가세요”라고 적었다.

이날 해군 제2함대사령부의 합동분향소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평택 지역에 사는 북한 새터민 7명도 오전 11시경 분향소에서 희생 장병들의 영정에 국화를 바치고 조문했다. 한 새터민은 “최근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과 관련 있다는 의혹이 생겨 안타깝다”며 “아들 같은 사람들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전국의 합동분향소에는 사회 각계각층의 조문이 계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평택 2함대사에서 유가족들을 만나 “국민은 천안함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오전 11시경 평택 분향소를 찾아 분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 등은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조문했다.

분향소에는 아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어린 손자의 손을 이끌고 조문에 나선 고인희 씨(55·여)는 “두 돌 지난 손자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아 나왔다”며 “지금은 천안함이 뭔지 모르겠지만 훗날 컸을 때 오늘 함께 분향소를 찾았던 일을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시신을 찾지 못한 산화자(散華者) 6명의 입관식이 2함대사 내 의무대에서 열렸다. 시신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평소 아끼던 소지품과 머리카락 등을 관에 넣었다. 끝내 시신을 찾지 못한 박경수 상사의 사촌형 박경식 씨는 “생전에 경수가 사용하던 옷과 신발, 사진 등을 모두 넣었다”며 “평소 그렇게 바라던 상사 계급장을 넣을 때는 가족 모두가 또 울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28일 화장된다.

평택=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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