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선체 인양후 실종자 추가수색 요청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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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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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속절없는 기다림
“아들 마지막 모습 듣고싶다” 생존 58명 전원과 면담 요구
인양과정 비디오 촬영도 요청
軍이 수색중단 제의 논란엔 “강제 아니고 가족들이 결정”

해안 수색은 계속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인양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5일 오후 백령도 해상에서 해병대 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기 위해 고무보트를 타고 출동하고 있다. 이날 해군 측은 “함체 인양작업과 별도로 주변 지역 실종자 수색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백령도=박영대 기자
해안 수색은 계속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 인양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5일 오후 백령도 해상에서 해병대 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기 위해 고무보트를 타고 출동하고 있다. 이날 해군 측은 “함체 인양작업과 별도로 주변 지역 실종자 수색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백령도=박영대 기자
천안함 침몰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생존자 58명과의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그동안 생존 장병들과 만나는 문제를 꾸준히 군 당국과 협의해 왔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들은 또 선체를 인양한 다음에도 찾지 못하는 실종자에 대해 추가적인 수색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 당국의 신속한 선체 인양을 촉구했다.

○ “아들 어떤 해군이었나 듣고 싶다”

이정국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5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8명 생존자 전원과 실종자 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군 당국에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시한 생존자와 실종자 가족의 면담은 실종자 가족들이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군 당국이 난색을 표해 이뤄지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일부 생존자와 실종자 대표단의 면담은 가능하지만 모든 생존자가 실종자 가족을 만나는 것에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사건 당시의 상황을 들으려고 생존자들을 만나는 게 아니다”라며 “아들이 얼마나 멋진 해군이었는지, 마지막 모습이 어땠는지를 들으려는 부모님들의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측은 부모 등 직계 가족만 생존자와 만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 대표는 “생존자들을 만나서 원망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가족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설명을 들으려는 것인데 (군이) 이를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생존자들이 국군수도병원에서 퇴원하는 대로 면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양과정 비디오로 찍어 달라”

실종자 가족 측은 군 당국에 빠른 선체 인양도 요청했다. 이날 실종자 가족을 찾아 인양 작업을 브리핑한 윤공용 해군본부 정보화기획실장은 “인양 준비에 2일, 선체를 쇠사슬로 묶는 데 5일, 이를 끌어올려 배 안의 물을 빼는 데 2일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짧으면 9일 정도 걸린다는 것이지만 조류와 기상 상태 때문에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브리핑 자리에서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 과정 모두를 촬영해 실시간으로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윤 소장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향후 끌어올린 천안함에서 찾지 못하는 실종자가 나오더라도 이에 대한 추가 수색 요구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실종자가족협의회 측은 “만약 어뢰나 기뢰에 의한 피격이라면 시신의 산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며 “유실된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추가적인 수색 요구 대신 1차 상황을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종자가족협의회 브리핑에서는 실종자 수색작업 중단 요청 배경에 대해 종전과 다른 설명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가족협의회는 3일 오후 “모든 가족이 모여 협의한 뒤 표결로 수색 포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일문일답 시간에 “백령도 구조 현장에서 군 측이 먼저 ‘인양작업 중단’ 문제를 꺼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 대표는 “사실 관계는 그렇지만 군이 강제적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고 우리보다 전문가이니 해군의 의견을 존중하고 가족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고 답했다. 실종자 가족 이모 씨(46)도 “조금이라도 시신이 온전할 때 건져 품에 안아보겠다는 생각에 대부분 선체 인양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해군 2함대사령부는 “구조 현장의 어려움을 본 가족들이 군과 토론을 거쳐 결정한 것이지 군이 먼저 수색작업 중단을 요청한 것은 아니다”며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 적막감 감도는 가족 숙소

실종자 수색작업이 중단되고 선체 인양작업이 진행되면서 해군 제2함대사령부 내 실종자가족 숙소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배를 인양해 구조에 이르기까지 최대 2주가 걸린다는 소식을 듣고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열린 실종자 가족 모임에서는 “인양까지 시간이 걸리니 2주 후에 돌아와도 된다”는 통보가 있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숙소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모두 자기 방에서 하루 종일 뉴스만 보고 있다”며 “그저 기다리는 일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가족은 “가족들이 처음에는 격앙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서서히 냉정을 되찾고 있다”며 “슬프지만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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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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