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고, 불법찬조금 21억 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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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특별감사… 이사장 해임-교사 전원 징계요구
3년간 학부모회서 모금… 교직원 식사-선물비 등 지출

서울 대원외고가 최근 3년 동안 불법 찬조금으로 21억여 원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대원외고 학교법인에 이사장 해임과 교사 전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시교육청은 2일 “시민단체에서 대원외고의 불법 찬조금 조성 의혹을 제기해 지난달 19일부터 10일간 특별감사를 한 결과 학년별 학부모대표를 중심으로 21억2850만 원을 모금해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도별 모금액은 △2007년 9억3450만 원 △2008년 5억9700만 원 △2009년 5억9700만 원이다. 이 돈은 학생 간식비, 논술 및 모의고사비, 교직원 식사제공비, 스승의 날·명절 선물비, 학부모 모임 경비 등으로 썼다. 시교육청은 “찬조금은 학부모회에서 거둬 학교에 전달했다”며 “2007년에는 학생 1인당 일반 학부모 60만 원, 자녀가 임원인 학부모에게서 100만 원씩을 거뒀고, 2008년과 2009년에는 학생 1인당 연간 50만 원씩을 거뒀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학교법인에 불법 찬조금 모금 금지 조치를 어긴 책임을 물어 이사장 해임을 요구했다. 또 △교장 교감 △1000만 원 이상 받은 교사 5명 △찬조금 일부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돌린 행정실장에게는 중징계를, 300만 원 이상 받은 교직원에게는 경징계를, 나머지 교직원에게는 경고 등 행정처분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시교육청이 행정처분 이상을 요구한 교직원은 모두 68명이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선생님들이 받은 돈에는 ‘야간 자율학습 지도비’가 포함돼 있어 일반적인 금품·향응 수수와는 다르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모금한 21억2850만 원에는 학교발전기금 1억9200만 원도 포함돼 있다. 이 중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금액은 4200만 원이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교장과 행정실장이 임의로 법인회계로 처리했다. 시교육청은 문제가 된 1억5000만 원은 법인에서 돈을 내 학부모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다른 특목고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관행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시교육청이 ‘봐주기식’ 감사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불법 행위에 ‘이사 승인 취소’가 아닌 ‘해임 요구’라는 조처를 한 것은 면죄부를 준 격”이라며 “수백만 원 규모의 금품수수 행위자를 경징계 처분키로 한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시교육청은 이번에 적발한 내용을 수사당국에 고발하지는 않기로 했다. 모금한 돈의 상당액수를 자율학습 감독비나 학부모와 함께한 식사비 등으로 사용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계좌를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협조를 거부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다”며 “구체적인 제보 없이 무조건 감사를 하기는 곤란하고 대원외고가 자성대회를 여는 등 협조했기 때문에 이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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