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사진)의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 공판에서 검찰이 “한 전 총리가 2008, 2009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소유의 회원권으로 제주도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있다”며 관련 자료를 증거로 채택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공소사실이나 사건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악의적인 흠집 내기”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 심리로 열린 이 사건 8차 공판에서 검찰은 “한 전 총리는 곽 씨로부터 5만 달러뿐 아니라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곽 씨가 회원권을 보유한 제주도의 한 골프빌리지에서 26일간 무료로 숙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곽 씨가 분양받은 제주의 T골프빌리지에서 2008년 11월 20일부터 12월 11일까지 21일, 2009년에는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5일간 숙박했다. 또 한 전 총리가 이 기간에 동생 부부와 3차례 골프를 쳤으며 한 번은 곽 씨가 골프 비용을 대신 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 전 총리가 묵었던 182m²(약 55평)형은 비회원인 경우 하루 숙박비가 66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이 기간 숙박비만 1700여만 원에 이른다는 것. 당시 골프 라운딩을 도왔던 캐디들은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골프채를 빌려서 라운딩했으며 스코어는 90∼100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T골프빌리지 측은 이날 “함구령이 내려져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숙박 기간에 곽 씨의 회원권을 이용해 골프를 치고 비용을 대신 납부하게 했으며 특별할인 혜택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면서 “이는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으로부터 부담 없이 돈을 받을 만큼 친분이 있는 사이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돈을 주고받을 때(2006년 12월)까지의 친분관계인데 검찰이 주장하는 사실은 공소사실과 직접 관계가 없다”며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제출한 자료는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총리 측은 “한 전 총리가 자연인 신분이던 2008년 말 자서전을 쓰기 위해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소개로 21일간 머물렀고, 2009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장을 치른 뒤 잠시 요양했다”며 “이 기간에 휴가차 내려온 동생 부부와 함께 지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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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동생 부부가 라운딩할 때 ‘같이 나가자’고 해 산책을 겸해 따라다닌 적은 있지만 골프를 직접 치지는 않았다”며 “골프비용도 두 번은 치렀고 한 번은 곽 씨 측에서 아무 양해 없이 30여만 원을 골프장 측에 미리 온라인으로 송금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전 장관은 전화에서 “한 전 총리에게 (골프리조트 이용을) 소개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변호인은 12일 3차 공판에서 “곽 씨가 골프채를 선물하려 했을 때 한 전 총리는 ‘나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며 거절하고 성의만 받겠다며 모자 한 개만 받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24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원걸 전 산업자원부 2차관은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이 대한석탄공사 사장 선임 과정에서 곽 씨의 편의를 봐주고 챙겨 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산자부 석탄과장 김모 씨도 “이 전 차관의 지시로 곽 씨 집에 찾아가 (사장 공모와 관련된) 책자를 건네줬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공소장 변경 의사가 있는지 검찰 측에 재차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곽 씨가 돈 봉투를) 의자에 놓았다’는 정도까지는 검토하고 있다”며 “26일까지 검토를 마무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18일 6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 측에 “곽 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공소사실 중에서 ‘행위’가 특정이 돼야 한다”며 공소장 변경 검토를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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