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밤엔 ‘짝퉁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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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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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非통 - 프라多- 九찌… 어둠 내리면 팝니다”
사망자-명의 도용 ID 사용… 단속드문 시간 틈타 ‘암시장’
마켓, 수수료 욕심 미온 제재

‘루痢비통/九찌/프라多/코馳/페라駕모/버버鯉/昨퉁….’ 인터넷 오픈마켓이 밤마다 위조품을 거래하는 ‘블랙마켓’으로 변질되고 있다. 13일 오후 11시 반경 G마켓에서 ‘루이비통’을 검색어로 입력했다. 검색 결과 리스트의 맨 위에는 ‘최고급형 루痢비통 SA급(특A급)’ 상품이 떴다. 가격은 20만 원. 이날 오후 3시쯤 같은 검색어로 검색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상품이었다.

위조품을 판매하는 ‘블랙셀러’들은 오픈마켓의 모니터링 요원들이 검색으로 불법 제품을 적발한다는 점에 착안해 검색에 걸리지 않도록 ‘髮리’ ‘루痢비통’ ‘루이非통’처럼 브랜드명을 바꾸는 ‘꼼수’를 쓴다.

오픈마켓의 모니터링 인력이 퇴근하면 이런 ‘짝퉁 암시장’이 성행한다. 업체마다 위조품, 불법 의약품, 초상권 침해 등을 단속하는 요원이 30∼40명씩 판매 사이트를 살펴보지만 일주일 내내 24시간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모니터링은 보통 월∼금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 8시까지 이뤄진다. 단속이 드문 야심한 시간대에 판매자는 버젓이 가짜를 팔고 구매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는 셈이다.

상품 상세정보를 확인해 봤다. ‘제품 특성상 오후 7시 반∼다음 날 오전 4시 이외의 시간대에는 제품 페이지가 올라가 있지 않다’고 쓰여 있었다. 이 판매자는 구매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까지 ‘친절하게’ 정리해뒀다. ‘Q(질문): 정품인가요? A(답변): 정말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인데요. 답변은 No입니다. 현재 한국 이미테이션 시장의 추세에 맞춰 마진이 적더라도 최대한 오리지널과 유사하게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단속에 걸려 판매가 중단돼도 이미 성사된 거래까지는 중단시키지 않는다는 점도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한 블랙셀러는 ‘정품 동일 태닝 LV(루이비통) 여성가방’이라면서 판매가 140만 원에 줄을 긋고 5만9000원이라고 써 놓았다. 이 판매자는 “쇼핑몰 시스템상 상품이 판매중지 처분을 받아도 구매자가 취소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이 판매자는 12일에는 ID가 ‘11122235’였지만 14일에는 똑같은 판매 페이지에 ID만 ‘럭키럭셔리100’으로 바뀌어 있었다.

오픈마켓을 통해 위조 상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지만 업체들은 판매금액의 7∼12%에 해당하는 수수료 매출 때문에 단속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 오픈마켓은 위조품 판매를 적발하면 판매자 ID만 정지시키고 고발 등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에 따르면 위조품이라는 신고가 들어와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위조품 판매에는 개인정보 도용, 탈세 문제까지 더해질 수 있다. 옥션의 블랙셀러에게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이 ‘엉뚱한’ 세금 고지서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한 명의 위조품 판매자가 판매 중지에 대비해 여러 개의 ID로 오픈마켓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다”며 “사망자 명단을 입수해 허위 ID를 만들어 사용하는 블랙셀러를 적발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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