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르는 일… 법대로 하소”… 김길태, 범행 ‘모르쇠’ 일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 경찰 조사 이틀째… 검찰 영장 청구
기억없다… 친구에 공중전화… 알리바이 대며 맞서
저녁식사 전 돌연 눈물 펑펑… 경찰 ‘혹시’ 기대, 식사후 ‘역시’

10일 오후부터 이틀간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이유리 양(13)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33)는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11일 오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에도 심경 변화는 없었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물이 있는 데다 도피생활에 지친 나머지 범행을 자백하리라는 예상은 순전한 희망사항이었다.

○ 범행 시종 부인으로 일관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초 이 양 집이 있는 다가구주택 다른 빈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대소변을 본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날 누군가에게 들켜 다시는 가지 않았고 이 양 시신이 발견된 근처 빈집에서 2, 3차례 잠을 잔 게 전부”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 양의 이름을 대면 “모르는데요. 유리라는 아이도 수배전단에서 처음 봤는데요. (그 애가) 죽었는지도 몰랐는데요”라고 무조건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 씨의 유전자(DNA)와 이 양의 시신에서 채취한 DNA가 일치한다고 압박하자 “유전자 조사가 과학수사라는 것은 나도 압니다. 하지만 나는 아닙니다. 증거가 있으면 법대로 하이소. 저는 결백한데요”라고 반박했다. 유리 양 시신에서 나온 자신의 체모에 대해서도 “모르는데요”라고 답했다.

김 씨는 유리 양이 실종된 지난달 24일의 알리바이도 댔다. 그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밤새 삼락동 일대를 돌아다녔다. 당산나무 밑에서 졸다가 친구들에게 공중전화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반성의 기미도 없어

김 씨는 때론 배짱도 부렸다는 게 경찰 측 전언이다. 경찰이 오랜 도피생활로 첫날 집중수사가 힘든 점을 고려해 목욕과 수면을 권유했지만 그는 “그럴 필요 없는데요. 조사부터 하지요”라며 밤샘 조사도 좋다는 동의서까지 작성했다.

경찰은 10일 오후 4시 46분부터 11일 오전 12시 50분까지 두 차례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받은 김 씨는 목욕을 하고 유치장에서 오전 2시 반쯤 잠에 든 뒤 7시 15분경 일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유치인과는 대화가 없었고 ‘푸∼푸∼’ 거친 숨소리를 내며 곯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10일 조사과정에서 “담배와 물, 자장면 한 그릇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11일에도 경찰이 제공한 정식(아침)과 짬뽕(점심), 된장찌개(저녁)를 깨끗이 비웠다. 저녁을 먹기 직전 김 씨가 펑펑 울어 경찰에서는 한때 자백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김 씨는 식사를 하고 나서는 이전처럼 ‘모르쇠’ 전략을 이어갔다.

김 씨는 손에 수갑을 찬 채 회색 티셔츠에 감색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은 장황하게 설명하고 불리한 부분은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했다”며 “너무 뻔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혐의 입증은 충분하다”며 수사 관련 서류를 부산지검에 넘겼다. 검찰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유족들 “평생 격리해 달라”

김 씨가 유치장에서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 때문에 이 양 부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김 씨를 기른 양부모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 양 아버지(39)는 “슬퍼서 잠을 잘 수 없다.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길태가 범행을 모두 부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법대로 그를 평생 격리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의 아버지(69)는 전화도 제대로 못 받을 만큼 목소리가 쉬었다. 그는 “그놈이 했으면 했다고 말을 해야지. 손녀 같은 아이를 어떻게 그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더는 그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며 “법치국가에서 (아들을 당장) 법대로 처리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동영상 =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 범행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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