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형제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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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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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가 14년 만에 또다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사형제는 현행대로 유지되겠지만 헌법재판관 5대4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합헌 결정이 남에 따라 법 조항 중 일부에 대한 개정 논란은 심화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이강국)는 2007년 전남 보성군 앞바다에서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오모 씨(72)가 "형법 41조 등 사형제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헌재는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행위에 대해 지극히 한정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범죄에 대한 응보형으로 고안된 필요악으로 여전히 제 기능을 한다"며 합헌 이유를 밝혔다. 이강국 소장 등 5명은 합헌을, 김희옥 재판관 등 4명은 위헌 의견을 내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특히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5명 중 민형기 재판관 등 2명은 "현행 사형제는 살인 등 극악범죄자뿐만 아니라 정치범 등까지 포괄하고 있어 오남용의 위험이 있다"며 "여론 수렴 등을 통해 헌재가 아닌 입법부가 개정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당장 사형제를 폐지하면 한국 근대 형법 체계 전반을 손봐야하고 이미 사형을 당한 수형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되는 등 큰 혼란이 예상되니 국회가 여론을 수렴해 법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범죄자의 영구적 격리나 범죄의 일반 예방이라는 공익은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반한다"고 강조했다.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열린 첫 번째 심판에서는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사형제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헌재는 "우리 문화수준이나 사회현실에 비춰 당장 무효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사형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현재 국내에는 사형수가 59명 있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23명에게 사형을 집행한 이후 12년 동안 사행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없앤 국가는 올해 폐지한 아프리카 부룬디와 토고를 포함해 모두 94개국이다.

이종식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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