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나눔의 붓질 슥슥… 꽃이 핀 푸드마켓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 대학생들 마포 벽화봉사 현장
홍익대생이 그린 밑그림에
한양대생이 정성껏 채색
눈이 즐거운 복지공간으로

21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들어설 ‘마포 푸드마켓’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 자원봉사를 나온 대학생들이 벽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마포구
21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들어설 ‘마포 푸드마켓’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 자원봉사를 나온 대학생들이 벽에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 마포구
며칠 전까지 그을음으로 가득하던 시커먼 시멘트벽은 밝은 분홍색으로 화사하게 칠해져 있었다. 벽 왼쪽에는 물건을 파는 상인의 표정이 생생한 시장 풍경이 펼쳐졌다. 오른쪽에는 당근, 양파 같은 여러 가지 야채가 둥실둥실 떠 있었다. 21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마포구사회복지협의회 지하층 건물에서는 대학생 25명이 벽에 죽 늘어서 쉴 새 없이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이곳은 25일부터 500개 저소득층 가정에 무료로 식품을 지원해 주는 ‘마포 푸드마켓’이 들어서는 자리다.

○ “복지공간을 예쁘게”

“벽화 봉사는 다른 봉사에 비해 뿌듯함이 커요. 예쁜 결과물이 눈에 보이게 나오는 데다 다른 곳에는 없는 유일한 작품이잖아요.”

이번 벽화 작업을 총괄한 소민희 씨(25·여·홍익대 동양화과 4학년)가 웃으며 말했다. 소 씨가 몸담은 동아리 ‘나누기’는 전국 초등학교와 복지관, 병원 소아병동 등을 찾아다니며 벽화를 그리는 봉사를 하고 있다. 주말 동안 밑그림부터 색칠까지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답사팀이 미리 현장을 답사하고 며칠 동안 끙끙거리며 디자인을 구상한다. 이번 푸드마켓 벽화도 꼬박 1주일 동안 친구 2명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번 작업에는 한양대 봉사동아리 P.T.P(People To People) 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주말 이틀 동안 하루 10시간씩 실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데다 담장 중에는 높이가 5m 내외인 것도 있어 홍익대 학생들만으로는 힘에 부쳤기 때문. 학교는 다르지만 학생들의 손발은 척척 맞았다. 홍익대 학생들이 물감을 적절히 섞어 칠할 곳을 가르쳐주면 한양대 학생들의 손발이 바쁘게 움직이는 식이다.

마포구에는 이미 성산2동과 구수동에 각각 하나씩 푸드마켓이 있지만 벽화를 그린 곳은 신공덕동 가게가 처음이다. 카운터 옆에는 에스프레소머신을 갖춘 작은 커피전문점도 열 예정이다. 푸드마켓 이용자인 저소득층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2000원 정도에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내 유명 제과점에서 무료로 빵도 지원받기로 했다. 수익금은 모두 푸드마켓 운영에 쓰인다.

아이디어를 낸 마포구사회복지협의회 조철옥 회장은 “삭막한 저소득층 복지시설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모임 공간을 만들고 싶어 벽화 등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 자투리 공간 활용해 각종 복지시설

푸드마켓이 들어선 곳은 얼마 전까지 주차장으로 쓰이던 공간이다. 바로 옆 대로변에 비해 지대가 아주 낮고 공간도 좁아 차를 몇 대 대지 못하는 데다 하루 종일 햇빛도 들지 않아 분위기가 ‘음침한’ 공간이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진 상황이었다. 마포구는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벽화를 그려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는 동시에 공간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영섭 마포구청장은 “일부 동사무소 건물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이 모여 서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품앗이’ 개념의 육아방을 만들거나 아파트 1층에 공동 육아방이나 빨래방을 만드는 방법 등을 추진 중”이라며 “잘 쓰이지 않는 공간에 저소득층이나 주민 복지시설을 채워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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