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평소 친분… 카지노 함께 갔다 범행 결심
현직 경찰-군인 끌어들여 납치… 얼굴 알아보자 살해
과테말라에서 지난달 18일 한국인 사업가 송모 씨(56)를 납치한 뒤 살해한 일당 6명이 과테말라 경찰 당국에 체포됐다. 일당 중엔 과테말라 한국 교민 2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송 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로 범행을 기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2일 “과테말라 내무부 경찰당국이 송 씨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온 한국인 2명과 과테말라인 4명(현역 경찰관 3명, 군 정보장교 1명)을 체포했으며 달아난 일당 1명(경찰관)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11일(현지 시간) 발표했다”고 밝혔다.
한국 교민 2명의 범행 동기는 ‘잭폿’ 당첨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를 함께 하며 지내던 이들은 최근 송 씨와 함께 현지 카지노에 갔다가 송 씨가 잭폿을 터뜨려 탄 당첨금 2만4000달러를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과테말라 현직 경찰과 군인을 끌어들여 송 씨를 납치한 뒤 송 씨의 봉제업체에 몸값 150만 달러를 요구했으며 지난달 24일 6000여 달러를 챙겼다. 송 씨가 자신들이 누군지 알아차리자 결국 송 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소식통은 “이번 사건으로 과테말라 교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잇따른 한국인 대상 범행의 배후에 한국인이 있다는 소문과 한국인, 현직 경찰, 군인, 마피아가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테말라에서는 지난해 한국 교민 6명이 청부살인업자 등에게 살해됐으며 4명이 납치됐다가 몸값을 주고 풀려났다.
과테말라에는 교민 약 1만 명이 있다. 1990년대 한국의 조직폭력배들이 교민 사회에 진출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흥주점과 카지노의 이권 다툼에 개입하고 돈을 갈취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과테말라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요소가 됐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중반에 한국 경찰이 과테말라 현지로 가 조직폭력배를 체포하는 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과테말라 인근 국가의 한 교민은 “현재도 과테말라엔 한인들이 운영하는 유흥가가 밀집돼 있고 여기에 질이 좋지 않은 한국인이 흘러들어가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교민에 대한 치안 역량을 강화하고 경찰영사와 주재관을 확대 파견하는 한편 과테말라 교민사회에 자정 노력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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