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광주 돔구장 무산 정치싸움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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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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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지난해 10월 29일 광주시가 “시비 한 푼 들이지 않고 4000억 원짜리 야구전용 돔구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며 ㈜포스코건설과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석 달여 만인 5일. 이날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내놓은 광주시 보도자료는 ‘지역의 반대여론이 높아 충분한 인센티브 확보가 곤란하고, 수익 타당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포스코 측 ‘돔구장 포기’ 배경을 전했다.

8일자 한 지방지는 이번 사태를 놓고 ‘광주시, 행정도 정치도 없었다’고 제목을 단 기사를 내보냈다. 이날 오전 박광태 광주시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렵게 유치한 민간투자를 정치적 논쟁으로 무산시키면 앞으로 대규모 민간자본의 유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역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시민단체와 일부 시장후보가 들고 나온 ‘책임론’에 대한 예상 밖 강수였다. 그는 “이 문제를 차기 시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은 행정을 모르는 무책임한 것”이라며 “시정 발목 잡기 마인드로 무슨 시장을 한다고 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박 시장은 그동안 민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일정 단계에 이를 때까지 ‘보안’이 매우 중요하며 행정보다는 ‘정치적 리더십’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이에 따라 대다수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 등장한 ‘돔구장을 환영합니다’ 식의 플래카드 공세에도 별 군소리 없이 기다려 온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시민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상당수 시민들은 “‘2조5000억 원 규모 스포츠레저관광타운 조성’ 계획까지 대서특필된 마당에 이제 와서 정치적 논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이 문제는 민주당 시장경선을 앞두고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박 시장이 이 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을 것이고 돔구장 건설을 반겼던 시민들 또한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3선 고지’에 도전하는 박 시장이 어떤 묘수로 ‘돔구장 패닉’을 털고 나갈지 주목된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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