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총장 ‘함포사격식 집중 수사’ 지시
6월 교육감 선거 앞두고 ‘부패고리’ 사전차단 포석도
검찰이 올 상반기 수사의 초점을 ‘교육 비리’ 척결에 맞추고 교육공무원의 인사 청탁과 공사입찰 비리, 사학법인 비리 등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최근 내부회의에서 수차례 “숨은 비리인 교육 비리 척결에 전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올해 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사정의 사각지대에 가려 있던 ‘숨은 비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 ‘숨은 비리’가 바로 교육 비리라고 명확히 밝혔다는 것.
특히 김 총장은 취임 이후 검찰 수사를 여러 차례 ‘함포사격’에 비유해 왔다. 여러 분야를 겉만 훑듯이 수사하지 말고 특정 비리 분야에 수사력을 집중해 비리 구조의 뿌리를 뽑으라는 취지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교육계 비리에 대한 함포사격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교육계 비리 척결의 첨병은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부’인 형사5부(부장 이성윤)가 맡고 있다. 검찰은 학교 창호공사 수주와 관련해 수천만 원대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창호업체 J사 대표 김모 씨(50)를 비롯해 서울시 의원 2명, 브로커 2명, 서울시교육청 공무원 1명과 사립학교 행정실장 1명 등 모두 7명을 구속했다. 또 지난달 27일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해 또 다른 창호업체 S사로부터 2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시교육청 사무관 임모 씨(54)를 구속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장학사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장학사를 구속하는 등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비리도 수사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학교의 방송통신기기 설치공사 수주에 도움을 주고 고가의 전자제품 등을 챙긴 시교육청 고위 간부가 적발됐다. 검찰은 인사 청탁이나 공사 수주와 관련된 금품수수를 수십 년간 이어져온 교육계의 고질적인 비리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와 특수3부(부장 양부남)가 각각 수사하는 신흥학원과 열린사이버대의 교비 횡령 의혹도 가려져 있던 ‘사학 비리’에 메스를 가한 것이란 점에서 김 총장의 지시와 맥이 닿아 있다. 검찰은 고위 공무원의 부정부패뿐 아니라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법인 관계자가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죄질이 나쁜 범죄로 보고 관련 수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유호근)도 경찰과 함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의 민주노동당 당원 가입 및 당비 납부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교육계 비리 뿌리 뽑기’에 나선 것은 6월 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교육계의 부정부패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시도교육감 16명과 교육위원 77명에 대한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인사 청탁 및 금품 수수로 쌓인 인맥과 자금이 교육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육계 내부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비리 구조를 사전에 적발해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검찰 수사를 통해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교육계에 압박을 가한다는 시각도 있다. 2008년 초 지역교육청을 폐지하려던 움직임은 각 시도교육청의 저항에 부닥쳐 무산됐고 △교장공모제 확대 △특수목적고 개편 △등록금 상한제 도입 논의는 교육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검찰은 최근 1, 2년간 꾸준히 교육계 비리에 대한 첩보를 모아온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교육계 비리에 대한 수사는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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