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멋집… ‘味色’ 겸비, 아파트촌 ‘낭만 오아시스’
색색의 아기자기 카페 60곳 이탈리아 요리서 꼼장어까지
입소문 타고 방문객 늘어
경기 용인시 수지구 보정동에 자리 잡은 ‘죽전 카페골목’에는 60개가 넘는 카페가 모여 있다. 특색 있는 인테리어에 서울 도심 카페처럼 사람이 많지 않아 담소를 나누기 적당하다. 27일 이곳의 한 카페를 찾은 두 여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용인=이원주 기자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가벼운 브런치와 차 한잔을 즐기고 싶지만 가로수길이나 홍익대 앞이 너무 먼 경기 용인, 성남시 주민들이라면…. 카페가 가득 들어선 골목의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사람이 많아 번잡한 홍익대 앞이나 가로수길은 사절인 카페 마니아라면…. 용인시 수지구 보정동으로 눈을 한번 돌려보길 권한다. 평범해 보이는 아파트촌 한구석에 60여 개의 카페가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들어선 ‘죽전 카페골목’이 있다.
○ 한적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
보정동에 도착한 27일 오후 4시 반경. 사람 사는 동네면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듯한 상가 뒤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별천지가 시작된다. 차가 다닐 수 없도록 보도블록을 깔아놓은 길 양쪽으로 카페가 길게 늘어서 있다. 문은 하얀색으로, 벽은 밝은 풀색으로 색칠한 카페, 벽과 창문에 귀여운 일러스트를 그려놓은 식당 등 장식도 각양각색.
유흥가 커피전문점처럼 자리가 없어 방황할 필요도 없었다. 파스타를 파는 카페인데도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7시 반경 손님이 앉아 있는 테이블은 20여 개 중 7, 8개에 불과했다. 조금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예 카페를 혼자 독차지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당연히 얘기할 때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다. 잠시 들어간 한 카페에서 2m 정도 떨어진 옆 테이블에 앉은 20대 여성 두 명의 수다는 끝이 없었지만 귀에 들리는 건 음악소리뿐이었다.
물론 가끔 목소리 큰 손님들이 들어설 때도 있다. 아이들이다. 카페 골목이 주택가 한쪽에 있기 때문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이 종종 눈에 띈다. 카페를 찾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오후 5시경에는 20대 대학생부터 아이를 데리고 오는 30대 ‘미시족’, 마실 나온 50대 아주머니가 많다.
고객층이 다양한 까닭에 메뉴도 다양하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문 앞에 ‘한방차의 효능’을 빼곡히 적어놓은 높은 입간판이 서 있는 카페도 있다. 샌드위치 같은 간식을 파는 곳부터 이탈리아 요리, 동남아식 요리를 파는 카페도 있다. 골목 끝에서는 난데없이 ‘꼼장어구이’ 간판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양한 취향에 맞추다 보니 ‘독특한 집’은 있어도 ‘유명한 집’은 없는 것이 죽전 카페골목의 특징 중 하나다.
○ 주차 공간 확보는 숙제
카페골목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건물과 카페 주인들로 구성된 ‘보정동 문화의거리 추진위원회’와 단국대 죽전캠퍼스는 아예 이곳을 ‘문화와 예술이 있는 거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페거리 북쪽으로 흐르는 탄천에 공연무대를 설치해 단국대 학생들이 공연을 갖고 디자인 관련학과 교수들에게 자문해 간판, 조명 등을 정비하겠다는 것. 위원회는 수익금 중 일부를 단국대에 장학금으로 기탁해 ‘보은’하기로 했다.
대중교통이 다소 불편한 것은 흠이다. 분당선 전철 죽전역과 보정역에서 10분 거리지만 선릉역에서 이곳까지 가는 데만 40분이 넘게 걸린다. 개인 차량을 이용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만 주차 공간이 거의 없어 또 한 번 애를 먹는다. 카페마다 전용 주차 공간이 있긴 하지만 1, 2대 정도만 가능하다.
용인시는 카페거리가 문화거리로 조성되면 차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주차 대책을 확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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