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지고등학교 2학년 김대희 군(17·사진)은 (사)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한 ‘제17회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자연관찰탐구대회 △과학탐구실험대회 △고등학교과학탐구대회 △과학동아리활동발표대회 △한국과학창의력대회 등 5개 부문에 걸쳐 열리는 이 대회에서 김 군은 고등학교과학탐구대회 최우수상을 탄 것을 비롯해 전 부문에서 총점이 가장 높아 대통령상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0월 막을 내린 이 대회는 객관식과 주관식 문제로 이뤄진 ‘지필평가’와 실험을 한 뒤 보고서를 작성해 내는 ‘과학실험평가’ 등 두 유형으로 나눠 실력을 평가했다. 김 군은 “이번 대회 지필평가문제는 평소 풀었던 문제에 비해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고3 과학까지 미리 공부해 당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군이 전국규모 과학대회에서 우승한 비결은 뭘까. 바로 ‘독서→체험→정리’로 이어지는 3단계 학습법 덕분이었다.
김 군은 꾸준한 독서로 과학 분야의 기초지식을 먼저 쌓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천체와 곤충에 관심이 많아 과학책을 골라 읽었다. 중학생 때에는 과학책을 일주일에 두 권씩 챙겨 읽었다. 학업에 쫓겨 여유가 많지 않은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도 과학책은 일주일에 한 권을 꼭 읽었다. 과학책을 읽는 데에도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 한 권을 읽은 뒤 그 분야와 연관된 책을 연달아 읽는 것. 예를 들어 다윈의 진화론을 다룬 과학서 ‘핀치의 부리’를 읽은 뒤엔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악마의 사도’, ‘만들어진 신’을 연이어 읽는 식이었다.
김 군은 과학책을 읽기에만 만족하지 않았다. 책에 나오는 실험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기에 중학교 1, 2학년 때 대구동부교육청이 주관한 과학영재캠프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반에 들어가 지구의 지각판을 모형으로 만들어보거나 돼지의 장기를 해부하는 실험을 하면서 책으로 읽은 내용을 확인했다. 김 군은 “직접 실험을 해보면 책을 읽을 때보다 실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기억이 오래 간다”고 말했다.
김 군은 독서(혹은 수업) 내용을 실험을 통해 체험한 뒤엔 꼭 기억해야 할 실험결과를 노트에 요약·정리해 두었다. 공부를 하다 궁금할 때 즉시 찾아보기 위해서다. 김 군은 “실험결과를 수치로 정리하고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게 가장 어려웠다”면서 “실험 절차와 방법을 글로 정리하고 도표나 그래프로 그리는 과정에서 실험의 핵심을 더 정확하게 꿰뚫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과학실험평가에선 ‘전자석에 전선을 감은 횟수와 전자석 세기와의 관계를 찾으라’는 문제가 나왔다. 김 군은 실험보고서를 차별성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김 군은 다른 학생들처럼 주어진 나침반을 전자석 옆에 두고 전자석에 전선을 감은 횟수에 따라 나침반이 움직이는 정도를 살펴보는 ‘물리적’인 방식을 탈피했다. 대신 나침반의 움직임을 좌표화해 모눈종이 위에 표시한 뒤 삼각함수 값을 구하는 ‘수학적’인 접근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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