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우리 대학 스타/조영신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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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트럭에 실험장비 싣고 ‘우물실’<우리가 해보는 물리실험> 삼천리

‘우물실(우리가 해보는 물리 실험)’ 트럭 옆에 선 조영신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이인모 기자
‘우물실(우리가 해보는 물리 실험)’ 트럭 옆에 선 조영신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이인모 기자
조영신 강원대 교수(56·과학교육학부)가 낡은 1t 트럭 옆에 섰다. 이웃집 아저씨 같이 편안한 인상, 평범한 잠바 차림. 조 교수가 트럭 짐칸을 살짝 보여준다. 크고 작은 상자들이 빼곡히 실려 있다. 트럭을 끌고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는 마음씨 좋은 장사꾼이라고 해도 믿겠다. 아니, 그는 정말 장사꾼인지도 모른다. 학생들에게 과학의 꿈을 파는 장사꾼.

트럭 속 상자에는 각종 과학 실험 장비와 교재가 들어 있다. 그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이 트럭을 몰고 자신의 강의를 원하는 초중학교를 방문한다. 강의는 무료지만 기름값은 받는다. 경유값이 휘발유값과 맞먹을 정도로 비싸져 어쩔 도리가 없었다.

조 교수가 학교 방문을 시작한 것은 2005년 4월. 2002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1년간 교환교수로 지내는 동안 한 교수가 실험 장비를 싣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교수라고 하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을 주로 상대하잖아요? 그런데 나이 지긋한 미국 교수가 어린 학생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조 교수는 귀국 후 준비에 들어갔다. 페트병, 버려진 TV 등 폐품을 재활용해 실험 장비와 교재를 만들었다. 꼬박 2년 동안 실험세트 60개를 완성했다. 트럭은 2000년에 이미 장만한 것. 춘천시 동산면 전원주택에 살며 틈틈이 밭농사를 지으려 마련한 것을 뜻밖의 용도로 쓰게 됐다.

이어 강원도내 초중학교에 ‘우물실(우리가 해보는 물리 실험)’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2005년 29개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방학을 제외하고 매주 한 번꼴로 강의를 했다. 2006년 30개교 3000여 명을 비롯해 2008년까지 116차례에 걸쳐 1만1300여 명을 대상으로 우물실을 진행했다. 여기에 교사들을 위한 워크숍과 ‘생활과 물리’에 관한 특강 횟수까지 더하면 조 교수의 과학 나들이는 갑절로 늘어난다.

TV등 폐품 재활용 60개 실험세트 완성
초중학교 찾아가 1만여명에 과학교실


조 교수의 우물실은 이제 강원도 밖에까지 소문이 났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요청이 쇄도할 정도. 학생뿐 아니라 과학 교사들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조 교수를 초청한다. 올 들어 학생 및 교사들을 상대로 35차례 우물실과 워크숍을 했다. 연말까지 4차례의 일정이 더 남아 있다.

조 교수의 우물실은 전적으로 실험 중심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매우 쉽고 재미있게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 원리를 알려준다. 매듭을 쉽게 푸는 방법, 건전지를 이용한 전자석의 힘, TV로 음의 파형 보기 등 다양하다. 진행 시간은 60∼90분.

“우물실을 경험한 학생들은 과학이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실생활 구석구석에서 과학 원리가 작용한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비록 힘은 들지만 제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자 보람입니다.”

춘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요청이 와 새벽 일찍 출발하는 일이 잦아졌다. 때론 낡은 트럭이 고장을 일으켜 지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 교수는 이 일을 오래도록 할 작정이다. 정년퇴직 때까지는 물론이고 퇴직 후에도 그의 트럭은 씽씽 달릴 것이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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