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아들 “3억 보험금 타내 강남서 살고 싶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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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시켜 집 불질러 엄마-누나 살해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하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 가족은 전기요금도 제때 못 내 전기가 끊기기 일쑤였다. 10월 10일 오전 4시 46분, 아버지와 아들이 집을 비운 사이 그 컴컴한 집 거실에 불이 났다. 가족을 기다리던 어머니와 큰딸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17세의 아들은 경찰에 “진실을 밝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가 이 모든 일을 꾸몄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데는 한 달이 채 안 걸렸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9일 보험금 3억 원을 타내려고 동네 후배를 시켜 자기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 김모 씨(50)와 누나 장모 씨(20)를 살해하도록 한 혐의(존속살해교사 등)로 장모 군(무직)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군은 지난달 5일 평소 알고 지내던 동네 후배 김모 군(15·구속)에게 “내 부모와 누나를 살해하면 보험금이 나오는데 이 중 일부를 주겠다”며 중랑구에 있는 자기 집에 불을 지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군은 서울시내 한 체육고등학교에 입학해 단거리 육상선수를 꿈꾸었으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사고로 십자인대를 다치면서 운동을 그만뒀다. 사고로 선수의 꿈을 잃게 되면서 장 군은 급격히 학교와 멀어졌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며 오토바이와 작은 물건들을 훔쳤고 금세 전과 9범이 됐다. 그는 부모님이 생명보험과 화재보험 등에 가입한 걸 알고 동네 후배에게 “내 집에 불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군은 현관 우유주머니에 집 열쇠를 넣어 김 군이 그 열쇠로 집에 침입해 불을 내도록 도왔으며 김 군에게 “만일 아버지가 살아서 나오려고 하면 흉기로 찔러 살해하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범행 당시 장 군의 아버지(52)는 집을 비워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장 군은 또 김 군이 범행하는 동안에 여자 친구와 강원지역 휴양지로 놀러가 사진을 찍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등 알리바이를 만들어 범행을 은폐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장 군의 집 가까운 곳에 있는 폐쇄회로(CC)TV에 잡힌 김 군의 모습을 토대로 수사를 계속해 7일 장 군에게서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그는 “보험금을 타서 강남 같은 곳에서 살려고 그랬다”며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군은 “엄마와 누나한테는 좀 미안하다”면서도 태연하게 웃으며 조사 중 주문한 통닭을 뜯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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