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쁨의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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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전남 장성 농부 전춘섭 씨
유기농법 넘어 자연농법 도전
퇴비도 안쓰고 4년만에 결실

5일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기적의 사과’ 나무 앞에 선 전춘섭 씨. 그는 “어렵게 개발한 토종 자연농법을 완성해 과수 농민들에게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이형주 기자
5일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기적의 사과’ 나무 앞에 선 전춘섭 씨. 그는 “어렵게 개발한 토종 자연농법을 완성해 과수 농민들에게 보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이형주 기자
“이게 한국산 ‘기적의 사과’입니다.”

5일 전남 장성군 남면 평산리 과수원. 8200m²(약 2500평) 규모의 과수원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자세히 보니 일반 사과와 달리 때깔이 곱지 않고 크기도 작았다. 하지만 사과를 따는 전춘섭 씨(71)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전 씨는 “사과가 볼품은 없지만 쉽게 썩지 않고 과즙도 많다”며 “4년 만에 첫 수확을 하다 보니 무척이나 설렌다”고 말했다. 전 씨가 기적의 사과로 부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 씨는 사과나무 720그루를 재배하면서 농약과 비료는 물론 퇴비조차 쓰지 않았다. 그 대신 병해충을 막기 위해 사과와 현미를 섞어 만든 식초만을 썼다. 수확량은 기존 농법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지만 전 씨는 개의치 않는다. 유기농법을 넘어선 자연농법의 첫발을 뗐기 때문이다. 전 씨는 수확한 사과 3500여 개를 도농공동체인 한마음공동체에서 소비자들에게 kg당 1만 원에 팔 예정이다. 현재 저농약 사과가 kg당 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 곱절 이상 비싼 셈.

5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전 씨가 자연농법에 눈을 돌린 것은 2005년 강의 차 내한한 일본인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60) 씨를 만나면서부터. 기무라 씨는 11년째 농약, 비료를 쓰지 않고 사과나무를 키워 세계 최초로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를 개발한 농부다. 전 씨는 기무라 씨 강의를 듣고 곧바로 수령이 다한 50년생 감나무를 베어낸 뒤 사과나무를 심었다. 주위에서 ‘경제성이 없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어떻게 사과를 재배하느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묵묵히 자연농법을 실천했다. 3년 동안 사과 꽃이 피지 않아 불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기적’을 이뤄냈다.

장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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