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22차례 ‘병역연기의 달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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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등 74명 입건… 광역수사대, 병역수사 마무리

병역 대상자인 김모 씨(27)는 2001년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8년 가까이 22차례나 병역기일을 미뤘다. 병역기일 연기방법에 대해 별다른 정보가 없을 때에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브로커에게 돈을 쥐여주고 날짜를 연기했다. 네 차례에 걸쳐 건넨 돈은 300만 원. 어느 정도 요령을 알게 되자 나중에는 병무청 측에 질병이나 해외 단기여행 등의 사유를 대 혼자서도 척척 병역을 연기했다. 이유만 있으면 몇 차례가 되든지 병역을 연기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김 씨는 이렇게 시간을 벌어 네 차례나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다. 결국 처음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인 1급 판정을 받았던 김 씨는 우울증을 이유로 최근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아냈다.

병역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7일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공무원시험 등을 핑계로 입영을 연기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이모 씨(27) 등 입영 대상자 73명과 브로커 차모 씨(31)를 불구속 입건하고 이번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현역 입영 대상자를 공익근무요원으로 빠지게 해 준 혐의(병역법 위반 등)로 브로커 윤모 씨(31)와 심장 발작성 심부전증 환자 김모 씨(26), 이들에게 돈을 주고 허위 진단서를 받아 공익요원 판정을 받은 카레이서 김모 씨(26) 등 3명을 구속한 바 있다.

이 씨 등 병역기일 연기 의뢰자들은 브로커 윤 씨와 차 씨에게 돈을 건네 국가공무원시험을 허위로 신청하는 수법으로 병역을 많게는 22차례까지 연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병역을 미룬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공무원시험을 허위로 신청하는 것은 기본이고 해병대 등 타군에 지원하면 병역이 연기되는 것을 악용해 해병대 등에 지원한 뒤 체력측정에서 일부러 탈락하기도 했다. 여행을 떠난다며 출국대기 서류만 제출한 뒤 정작 출국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이들은 이렇게 시간을 벌어 수차례 재검을 받았다.

경찰은 불구속 입건된 73명 외에 돈을 주고 입영연기를 했지만 현재 현역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하고 있는 67명은 육군본부 고등검찰단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또 2명은 소재 불명으로 기소 중지를, 51명은 무혐의 처분했고 나머지 29명은 인적사항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병역법에는 병역기일 연기 횟수가 정해져 있지 않아 갖가지 사유로 만 29세가 되는 해의 6월 30일까지 횟수 제한 없이 연기가 가능한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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