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아줌마 여고생들, 추억의 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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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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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여고 50회 졸업생 65명
30년만에 경주로 수학여행

신라문화원 ‘여행 프로그램’
3년간 20여 학교 참가 인기

“교복을 입을 땐 좀 어색했는데 10분 만에 다시 여고시절로 돌아갔어요. 잠시였지만 나이를 잊고 소녀가 된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경북여고 50회 졸업생들(1979년 졸업)이 23일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동기회 신현옥 총무(50·대구 북구 대현동)는 26일 “그날은 모두가 경북여고 학생으로 돌아갔다”며 좋아했다. 신 씨는 이날 모인 동기생들을 “애들”이라고 표현했다. 경북여고 졸업 30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날 행사에 참여한 동기생은 전국적으로 65명. 졸업생 600여 명 가운데 평소 연락을 주고받는 300여 명 중에서 형편이 되는 동기들이 참석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행사를 취소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일정을 1박 2일에서 당일로 줄여 그대로 진행했다. 졸업 30주년인데 뜻 깊게 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북 경주 문화단체인 신라문화원 측은 ‘아줌마 학생들’이 갈아입을 교복의 허리 사이즈를 좀 큰 것으로 준비했지만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50대라 허리가 굵어졌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몸매 관리를 잘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을 하고 이름을 바꾼 친구들도 더러 있어 처음엔 몰라보다 반갑게 손을 맞잡고 흔들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첨성대와 천마총 등 여고시절 수학여행 코스를 둘러본 뒤 선덕여왕릉을 찾아 꽃을 바치기도 했다. 동기회 여외숙 부회장(50·대구 남구 봉덕동)은 “30년 전 대구 남산동 경북여고 다닐 때 생각이 무척 많이 났다”며 “가을이 깊어가는 경주에서 보고 싶고 그립던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운 시간이 며칠 지났는데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여 씨는 “10년 뒤 졸업 40주년 때는 더 많은 애들과 반갑게 다시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라문화원이 2007년 가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서울 경기고와 숙명여고, 대구 청구고 등 20여 중고교의 졸업생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서울 양정고 졸업생은 그동안 세 번이나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40대 중반에서 60대. 동기생들은 천마총 옆 신라문화체험장에 모여 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추억에 젖어든다. 유적지 입장료도 교복 덕분에 학생 요금을 낸다.

올해 가을에도 여러 학교에서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플루 우려 때문에 취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진병길 신라문화원장(45)은 “이 프로그램이 점점 알려지면서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이 꾸준히 이어진다”며 “졸업생들이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움을 나누고 경주 관광에도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알차게 꾸려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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