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경성고 2학년 노태수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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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동사가 뭐예요?”라던 고1, 1년 만에 185명 중 5등!

《노태수 군(17·서울 경성고 2)의 중학교 3년은 ‘공백기간’이다.
전형적인 하위권이었다.
수업시간엔 자거나 떠들었다.
집에 오면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했다.
그의 방황에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 ‘공부하기 싫어서’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같은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뭔가를 극복하고 방황에서 벗어날 만한 계기가 없었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생활의 반복.》

고등학교에 입학해 치른 신입생 실력평가에서 국어 46점, 영어 16점, 수학 20점을 받았다. 문제를 읽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시험시간에 역시 ‘찍고’ 잠들었다. 전교 346명 중 281등이었다. 정확히 1년이 지나고 치른 고2 1학기 중간고사에서 노 군은 문과 185명 중 5등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기록했다.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첫 목표는 ‘수업시간에 깨어있기’


“‘야, 너 이것도 모르냐?’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Be 동사 ‘are’의 과거형이 ‘were’인지도 몰랐으니까요. ‘like’가 좋아한다는 뜻이라는 건 알았는데 ‘∼처럼, ∼같이’로도 쓰이는지 고1 때 처음 알았어요.”

통째로 날아간 중학교 3년 때문에 노 군은 ‘Be 동사’도 모르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모든 과목이 초등 수준에 멈췄다. 공부를 전혀 안하는 이른바 ‘노는 친구’들도 영어단어는 자신보다 많이 알았다. 충격이었다.

모두에게 뒤진다는 열등감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에서 변화는 시작됐다. 노 군을 도운 것은 경성고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인 ‘세이콜(saicol)’. 세이콜은 ‘Student And Instructor Collaborative Learning’의 약자로 ‘사제동행 협동학습 과정’이다. 교사들이 평균 중위권 이하의 학생을 도와 그들이 자신에게 맞는 학습방법과 공부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 노 군은 김효진, 심상탁 교사에게 지도를 받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노 군의 첫 결심은 ‘수업시간에 깨어있기’였다. 수업내용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난생 처음 노트 필기도 했다.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워낙 기초가 부실해 성적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영어단어는 여전히 ‘외계어’ 같았고, 수학문제는 손도 못 댔다.

○ 영어본문, ‘무식하게’ 통째로 외우다

수학과 영어는 성적순으로 A, B, C, D반으로 나눠 학교수업이 진행됐다. 1학년 1학기에 노 군은 모두 D반에 배치됐다. 노 군은 “D반에서 공부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했다. 기초부터 콕콕 짚어주는 수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각형의 둔각, 예각, 직각, 수학 인수분해도 그때 처음 알았다.

“질문을 정말 많이 했어요.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 궁금한 것도 많았고요. 모르는 건 창피한 게 아니잖아요. 끝까지 모르는 게 진짜 바보죠.”

수업시간에 생긴 질문은 바로 선생님에게 찾아가 질문했다. 2학기 때는 학교에서 진행한 ‘멘터 프로그램’에 자원했다. 졸업한 선배들이 직접 후배 재학생들의 멘터가 되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고려대생이었던 멘터에게서 배우면서 노 군은 여느 족집게학원이나 고액과외가 부럽지 않았다. 편한 형처럼 혹은 선생님처럼 묻고 또 물었다. 가장 힘들게 공부한 과목은 영어. 16점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암기’뿐이었다. 노 군은 연습장을 펼쳤다.

“본문만 10회씩 쓰면서 통째로 외웠어요. 단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문장을 통째로 외웠어요. 영어에 쏟은 시간이 다른 전 과목에 쓴 시간보다 더 많았어요.”

말 그대로 ‘무식하리만큼’ 공부했다. 실제로 노 군은 “두산동아 영어교과서 1학년 1학기 1과 본문 어느 문단의 첫 문장이 ‘Beyond our imagination’으로 시작했다”면서 본문의 내용을 줄줄 읊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있을 만큼 반복해 공부했던 것. 괄호 안에 들어가는 관계사나 부사를 찾는 문제는 100% 맞혔다.

고1 1학기말 영어과목 석차가 전교 73등, 2학기 중간고사에서 50등으로 올랐다. 고2 1학기 말에는 343명 중 11등을 차지했다. 중간 기말고사를 합산한 평가에서는 1등급을 받았다.

○ 남이 해주는 공부는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한다고 했는데도 1학년 때까지는 노력에 비해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았어요. 물론 전교 280등에서 100등, 63등으로 올라 학교에서 성적이 많이 오른 학생에게 주는 ‘점프상’도 받았지만요(웃음).”

정직한 노력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정확히 1년이 걸렸다. 학습의 커다란 구멍들이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제자리를 메워갔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건 고2 1학기 중간고사 성적. 노 군은 평균 87점으로 문과 185명 중 5등을 차지했다.

“‘이것도 몰라?’라고 놀리던 친구들이 놀랐어요. 성적이 오르니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고민해서 어려운 수학문제 하나를 풀었을 때 느끼는 기분을 예전엔 몰랐지요.”

노력의 단 열매를 맛볼 무렵부터 자신만의 공부법이 생겼다. 무식하고 우직하게 공부한 끝에 터득한 과목별 공부법이다. 노 군은 수업, 교과서, 자신이 직접 정리한 핵심노트를 중심으로 공부한다.

국어는 문학작품 정리의 ‘달인’인 친구 오성택 군의 방법을 참고했다. 수업시간에 한두 편의 작품을 공부하면 정리노트에 작품의 갈래, 성격, 주제 등을 정리했다. 교과서의 문제도 요약해 답과 함께 정리했다. 하루 10∼20분 투자하면 시험기간에 따로 정리할 필요가 없었다.

수학은 문제가 많은 문제집을 선택했다. 문제 번호에 △틀린 문제(√) △정확히 모르고 맞힌 문제(△) △질문해서 답을 구한 문제(☆) 등에 각각 표시했다. 채점 후에는 하루 후, 일주일 후, 한 달 후에 세 유형의 문제를 다시 풀었다. 해설지의 풀이과정은 거의 보지 않았다. 모르는 문제는 교과서로 돌아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로 응용되는 연결고리를 고민했다.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문제는 선생님께 질문했다. 노 군은 “풀이를 외우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스스로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강조했다. 삼각함수 문제를 풀 때 코사인 제2법칙을 이용해 푸는 A 문제의 풀이과정을 외웠다고 해서 제1법칙을 써야 하는 B 문제를 맞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은 꺼리는 분위기예요. 하지만 저는 학교 덕분에 이렇게 변할 수 있었어요. 남이 해주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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