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신고를 해?” 친구 살해 무서운 10대 소녀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성추행후 2층 난간서 밀어

친구들은 우모 양(15)을 ‘오빠’라고 불렀다. 짧게 깎은 머리에 남자 같은 옷차림으로 여자 친구들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다니기도 했다.

장모 양(14)도 우 양을 오빠라고 부르며 만났다. 지난달 29일 우 양은 장 양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골목길을 지나다 네살짜리 어린아이를 치는 사고를 냈다.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이들은 경찰에 잡혀 법원 위탁감호시설에서 탈출한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을 받을 것이 뻔했다.

우 양은 친구인 주모 양(13)과 함께 5월 서울가정법원과 의정부지방법원의 위탁감호시설인 ‘나사로 청소년의 집’에 들어갔다가 지난달 탈출했다. 우 양은 장 양과 함께 일을 묻어두기로 하고 뺑소니를 쳤다.

얼마 뒤 우 양은 장 양이 경찰에 가 뺑소니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다. 법원 위탁감호시설을 탈출한 주 양과 우 양은 “혼쭐을 내 주자”며 장 양을 성수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2층 놀이터로 불러냈다. 놀이터 구석에 있던 빗자루를 집어 든 우 양 등은 장 양의 엉덩이를 수차례 때렸다.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 준비해 간 위생장갑을 끼고 성추행도 저질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이들은 기진맥진한 장 양을 놀이터 난간에 올려놓고 밀어 떨어뜨렸다. 10여 m 아래로 떨어진 장 양은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9일 “장 양을 성추행하고 아파트 2층 놀이터 난간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우 양과 주 양을 붙잡아 우 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14세 미만으로 형사 미성년자인 주 양은 안양 소년분류심사원에 인계됐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