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9>가장 중요한 비탄소자원, 물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코멘트
☞ 사진 더 보기
☞ 사진 더 보기
가수 심수봉 씨는 30년간 가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목 관리 비법으로 좋은 물 마시기를 꼽으면서 “생활 속 작은 실천만으로도 물을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 사진 더 보기
가수 심수봉 씨는 30년간 가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목 관리 비법으로 좋은 물 마시기를 꼽으면서 “생활 속 작은 실천만으로도 물을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 사진 더 보기
“생활속 물절약… 4인가구 한해 5840L 아낄수 있대요”

―‘베테랑 주부’ 심수봉의 물절약법

거품목욕 대신 일반목욕으로
절수형 변기 쓰거나 벽돌넣어
노래인생 30년에 물절약 20년
세탁헹굼은 1번으로 줄여야죠

“이 향 좋은 커피도 좋은 물이 있어야 마실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물을 덜 쓰고 덜 오염시키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자택에서 만난 가수 심수봉 씨(54)는 기자에게 직접 탄 커피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고운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물 절약법을 역설한 심 씨의 노하우를 들어보니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생활 속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와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수 심수봉’ 대신 ‘베테랑 주부 심수봉’이 더 크게 다가왔다.

○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얼굴을 보고 느낀 죄책감

심 씨가 물 절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히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영상을 보고 나서부터다. 물이 부족해 정수되지 않은 물을 마시고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을 본 뒤 함부로 물을 쓰는 행동에 죄책감을 느꼈단다.

“처음 그 영상을 봤을 때 저는 아이들 얼굴에 벌들이 앉아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전부 황톳물을 먹고 생긴 피부병이라는 거예요. 참혹한 모습에 할 말을 잃었죠.”

수도꼭지를 틀면 깨끗한 물이 콸콸 나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 왔지만 지구의 다른 편에서는 수도꼭지가 ‘경이’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물을 대하는 자세가 확 달라졌다. 그 뒤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쓰는 베트남 등에서 바가지를 살 돈이 없어 빗물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인들과 함께 ‘바가지 보내주기 운동’에도 참여했다.

“몇 년 전 금강산에 공연을 하러 갔을 때는 북한 안내원들이 물이 오염된다며 계곡 물에 손도 담그지 못하게 막더군요. 그런데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물이 결국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마실 물이잖아요.”

b>○ 생활 속의 작은 실천으로 물 절약

단독주택인 그의 집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이다. 지하는 공연연습장 등으로, 지상 1층은 지인들을 대접하는 카페로 쓴다. 2층과 3층은 사무실이자 남편과 두 아들, 딸과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가족이 많고 집도 커 물을 많이 쓸 것 같다고 하자 심 씨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꼭 써야 할 물을 안 쓸 수는 없지만 생활 속에서 무심코 낭비하는 물만 아껴도 상당히 많은 양을 절약할 수 있어요.”

그가 실천하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거품 목욕 대신 일반 목욕을 해 한 번에 55L를 아낀다. 일반 샤워헤드 대신 절수형 샤워헤드로 6분간 샤워하면 52L를 절약할 수 있다. 변기를 절수형으로 바꾸거나 변기 수조 안에 벽돌을 넣어둔다. 이 방법으로 4인 가족이 한 해에 5840L나 되는 물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누칠을 하는 동안 샤워꼭지를 잠그고 양치질이 끝날 때까지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도 그가 반드시 실천하는 일이다.

“한번은 아이들이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하는 거예요. 깜짝 놀라 물어보니 샤워꼭지에서 더운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물을 절약해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한 뒤론 그러지 않아요.”

환경단체 등에서 추천하는 방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샤워하기’도 있다고 하자 심 씨는 “그건 아직 해본 적이 없네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설거지로 화제가 바뀌자 그는 “설거지할 때도 저만의 방법이 있어요”라며 반색했다. 한 번만 헹궈도 되는 친환경 세제로 그릇을 닦고 나서 이 그릇들을 설거지통에 담아 수도꼭지 밑에 받쳐놓는다. 그릇을 하나씩 헹굴 때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란다. 음식물 찌꺼기나 기름기는 미리 종이로 닦아낸다.

하지만 ‘물 절약 고수’인 그도 여태 고치지 못하는 습관이 있다. 세탁기의 ‘헹굼’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두 번씩 헹구는 버릇이다. 가족이 모두 깔끔한 성격이라 한 번만 헹구면 마음이 놓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초보 살림꾼인 기자가 “세제 양을 줄여서 세탁하고 한 번만 헹구면 물도 아끼고 옷도 덜 상한다”고 하자 그는 스스럼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옷도 한 번 입으면 내놓고 그랬는데, 이제는 빨래도 모아서 하고 헹굼도 한 번만 하면 되는 거죠?”

○ “좋은 물 마시려면 계속 아껴야죠”

올해 데뷔 30주년 기념앨범인 ‘뷰티풀 러브’를 발표한 심 씨는 4월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청주 대구 마산 서울 등을 돌며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도 인터뷰를 마치고 10일로 예정된 의정부 예술의전당 공연을 준비하려고 연습장으로 간다고 했다.

“목 관리를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좋은 물을 마시는 거예요. 좋은 물을 항상 병에 담아서 챙겨 다니는데 그런 제가 물을 함부로 쓰고 오염시키면 말이 안 되잖아요.”

몸이 약해 건강에 남다른 관심을 갖다보니 친환경 음식도 공부하게 됐다는 그는 인터뷰 도중 유기농 음식 잘 고르기, 약물 함부로 쓰지 않기 등에 대해서도 기자에게 귀띔했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을 아끼고 깨끗하게 쓰는 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에요. 제가 이래 봬도 노래인생 30년에 물 절약 20년째거든요.”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